2013년 배당 3조3040억원
지난해엔 3조7052억원 지급
경기침체로 투자는 2.2% ↓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배당 확대 정책 등 밀어붙여
외국인 투자자들 배만 불려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내부에 쌓아놓은 돈을 정부가 법까지 동원해 건드리자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지 않고 투자를 늘리거나 임금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외국인 배당금만 늘어나면서 오히려 국부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만 커지고 있다.

20일 기업 경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와 재계에 따르면 내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배당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외국인 주주들에 대한 배당액이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는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시행돼 기업들은 ‘내부 자금을 내놓으라’는 정부의 거센 압력에 더 시달릴 전망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와 배당, 임금 상승분 등이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미달금액에 대해 10%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자기자본이 500억 원을 넘는 기업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이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간 한시 적용된다.

제도 시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현재의 경기 및 내수 침체가 기업들이 내부에 돈을 쌓아놓은 채 풀지 않는 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 정부는 내부 유보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면 돈이 시중으로 빠져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 10대 그룹이 자금을 쓴 내용을 보면 정부의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배당 증대 압박을 하면서 지난해 10대 그룹의 외국인 배당액이 2013년 3조304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7052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한진그룹의 외국인 배당액이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한진그룹의 외국인 배당총액 증가율은 전년대비 무려 333.5%를 기록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해 한진해운이 한진해운홀딩스 해운 지주 사업부문과 상표권 관리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를 한진해운이 흡수하는 분할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며 “이런 재료는 외국인 투자자에는 매우 좋은 ‘호재’로, 외국인 지분이 늘면서 배당액이 급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외국인 배당이 97.3% 감소했고, 사주가 구속상태인 SK그룹도 2.4% 줄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자도 제대로 늘지 않았다. 정부는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원했지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2013년에 비해 투자가 2.2%가량 줄었다. 투자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다고 답한 기업은 7.8%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투자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만 조성되면 정부가 압력을 넣지 않아도 투자를 하게 된다”며 “기업 투자를 규제로 강제하려다가는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같은 일종의 기업 규제가 계속 생겨나고 있고, 기업에 대한 비리 수사 확대 등 투자를 할 환경 조성이 안 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압박만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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