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태인(현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 살고 있던 유생 안의와 손홍록은 분연히 일어났다. 조선왕조실록의 소실을 우려해 가동(家동) 30여 명을 인솔해 조선왕조실록, 태조 영정 등을 내장산으로 급히 옮겼다. 이들이 옮긴 서책 물량은 조선왕조의 역대 실록 30여 궤짝, 고려사 등 각종 중요 서적 20여 궤짝 등이다. 권수로 따지면 1368권(조선왕조실록 830권, 고려사 등 기타 538권)이었다. 안의와 손홍록의 고초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임계기사’(사진)에 수록된 수직상체일기는 이들이 실록을 지키면서 기록한 일종의 당직 근무일지다. 안의와 손홍록은 53일 동안 함께 조선왕조실록을 지켰고 이와는 별도로 각각 174일, 143일 수직(守直)했다. 총 370일간의 수직이었다. 또 손홍록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조선왕조실록을 묘향산 보현사로 옮기는 일도 했다. 이 덕분에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만 남게 돼 후에 재간행될 수 있었다. 만일 사재를 들이고 자신들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한 이들이 없었다면 조선왕조실록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국보 151호이자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오는 21일부터 5월 18일까지 대전시민대학에서 안의와 손홍록이 남긴 임계기사 수직상체일기 등을 주로 한 시민강좌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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