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지난18일 수원구장에서 이벤트 진행을 연습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프로야구 kt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지난18일 수원구장에서 이벤트 진행을 연습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프로야구 유일 여성 장내 아나운서 박수미“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이제는 kt의 우승 세리머니를 진행할 때까지 팬들과 함께하는 게 목표죠.”

프로농구 최초의 여성 장내 아나운서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박수미(31) 아나운서가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제10 구단 kt의 ‘목소리’로 변신했다. 프로야구의 유일한 여성 장내 아나운서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구단의 제의도 있었지만, 야구장 아나운서로서의 출발을 신생팀에서 하면 더 뜻깊을 것 같아 kt를 선택했다”며 “우리 팀이 홈 경기 첫 승을 거두고 수훈선수 시상식을 진행하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20일까지 원정에서만 2승을 올렸을 뿐, 홈인 수원구장에서는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박 아나운서는 “프로농구 KCC에서 우승한 적이 있고, 여자농구에서는 신한은행이 6연패를 달성하던 2011∼2012 시즌 장내 아나운서였다. 이어 우리은행으로 옮겼는데 또 3시즌 연속 우승을 했다”며 “kt에서도 언젠가 우승 세리머니를 진행하는 ‘맛’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간 박 아나운서는 1학년 때인 2002∼2003 시즌 KCC에서 장내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이력서를 낼 때 네 살이나 올려 속였다”며 “들통이 날까 겁이 나 회식자리가 제일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2002년 어느 날 친구들끼리 ‘개인기 대결’을 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 듣기평가 성우를 흉내 내는 모습이 지나가던 교수 눈에 띄었고, 그 교수의 추천으로 장내 아나운서가 됐다.

그때부터 단 2년을 제외하고 올 초까지 꾸준히 농구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핸드볼 아나운서도 했다. 그러다 문득 원래 꿈과는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6∼2007년 일을 쉬고 가수와 뮤지컬 배우 준비를 했다. 주연은 아니지만 ‘그리스’ ‘42번가’ 등 유명 작품에서 코러스로 무대에 섰다. ‘Soo(수)’라는 예명으로 드라마 ‘비천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참여했고, 모 통신사 광고도 찍었다. 하지만 가수로 성공하지는 못했고, 다시 스포츠 무대로 돌아왔다.

박 아나운서는 “이후로도 뮤지컬 작품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지금은 스포츠 현장이 내 무대이고, 배우가 되지 못했다고 크게 미련은 없다”며 “무대에서의 발성과 경기장에서의 발성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장내 아나운서라는 천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베테랑이지만 야구장에서는 ‘초짜’라 힘든 점이 많다. 박 아나운서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만 떨어도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경기 전날엔 어떤 약속도 잡지 않을 정도로 프로의식이 투철하다. 그 덕에 지난 5∼6년 동안 한 번도 목이 쉰 적이 없었는데, 야구장에선 6일 만에 목이 쉬었다. 박 아나운서는 “경기 상황까지 설명하는 농구와 달리, 야구는 이벤트 진행과 선수 소개 역할이라 말하는 양은 적다”면서도 “언제 투수교체나 대타 투입이 이뤄질지 몰라 훨씬 긴장된다. 야구장에서의 한 마디가 농구장의 열 마디보다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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