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야” 압박도 거세져 2차대전기념관 방문계획
희생자 추모 이중성 논란


미국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오는 29일이 태평양 전쟁을 주도한 히로히토(裕仁, 1901∼1989) 일왕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설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의 연설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에 지난 21일자로 실린 에덴 엡스타인 부편집인의 “의회 지도자들은 아베 총리의 연설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은 아베 총리의 상·하원 연설에 대한 미국 사회 내부의 반발감을 보여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좋지만 날짜를 잘못 골랐다”면서 “4월 29일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쇼와(昭和)의 날”이라고 언급했다.

엡스타인 부편집인의 언급은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에 아베 총리가 미국 상·하원에서 연설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제2차세계대전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인 셈이다.

미국의 강경보수 시민 정치운동 단체인 티파티의 웹 사이트인 ‘레드 스테이트’는 아예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을 향해 아베 총리의 연설 날짜를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레드 스테이트는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연설하는 29일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로 이날 연설을 하겠다는 것은 참전용사들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연설을 다른 날짜로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 직후 제2차세계대전 기념관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가 위치한 내셔널 몰의 워싱턴 모뉴먼트 앞에 있는 2차세계대전 기념관은 미국 50개 주에서 참전했던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장소다. 이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해온 아베 총리가 미군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이중적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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