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외교가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우려가 현실화하는 기류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 관계 가속화 속에 중국마저 일본과의 관계 개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 내에서 ‘한국 피로증’을 유포시키면서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고, 미·일이 함께 틈새 벌리기를 시도하는 한·중 관계도 비상이다. 한·일 양국관계는 안보문제와 분리한다고 하지만 과거사 도발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반둥 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연 것은 한국 외교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두 정상은 이미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을 가진 바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와 결과가 그때와 천양지차였다. 이번 회담은 중국이 그동안 과거사와 영토 갈등을 이유로 일본과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던 외교노선을 접고 과거사·영토 문제와 경제·외교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일본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검토라는 실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실리를 취하기 위해 일본에 엄청난 선물을 안긴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본을 대하는 미·중의 이 같은 기류뿐 아니라 과거사와 관련해 미·중과 한국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일본의 전략도 한국 외교에 큰 부담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연설에서 “일본은 ‘침략하지 않는다’는 반둥회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을 뿐 반인륜적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 언급은 미·중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힌 데 그친다. 일본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지 않은 채 미·중과의 공조를 통한 압박에 주력해 온 박근혜정부가 기존 외교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산티아고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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