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각하, 노무라 증권의 마쓰모토 회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는데 받으시겠습니까?”
“연결해.”
정색한 아소가 말하자 혼다는 서둘러 전화를 연결시켰다. 곧 아소는 혼다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모토는 경제계의 거물이며 아소의 최측근이다. 또한 아베 정권의 경제교사이기도 한 것이다.
“아, 마쓰모토 씨, 납니다.”
아소의 목소리를 들은 마쓰모토가 굳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총리 각하, 큰일 났습니다.”
“뭐가 말씀이오?”
이맛살을 찌푸린 아소가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짜증이 난 얼굴이다. 그때 마쓰모토가 대답했다.
“내일 주식시장이 공황상태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증권가의 소문과 동향을 보면 내일 터집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오늘 오후까지는 주식시장이 별일 없었지만 저녁에 포항 바닷가에 모인 배가 전 세계로 방영된 후부터 뉴욕, 상하이, 유럽 증시에서 일본 관련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그 영향이 내일 도쿄 증시로 밀려옵니다.”
“아니, 도대체. 그따위 화물선 따위를…….”
“한국 관련 주식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
“곧 전쟁이 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이 일·한 간의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
“뉴욕, 파리, 베를린의 정보원 보고를 받으면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은 패한다고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에 몇 조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게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개 같은.”
“부총리 각하, 이제 도쿄 증권가도 이 쓰나미를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증시가 폭락하면 우리는…….”
“막을 수 없어요?”
“이대로 가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경제가 파탄 납니다. 닷새를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소가 눈을 치켜뜨고 앞쪽을 보았다. 1940년생이니 아소는 5세 때 패전을 맞았다. 그러나 아소탄광 소유주의 자식이어서 굶주림을 겪지는 않았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아소에게 뼈가 저릴 만큼 혹독한 어린 시절을 겪은 80대의 마쓰모토가 말을 이었다.
“부총리 각하, 그렇게 되면 당장 내일부터 사재기 폭동이 일어나고 물가가 몇 배로 뛸 것입니다.”
“…….”
“주식시장이 공황에 빠지면 경제가 마비되는 것과 같습니다. 더구나 전쟁에 패배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덮칠 테니 수습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여보세요, 마쓰모토 씨. 당신은 과장이 심해요.”
“한국은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
그 순간 숨을 들이켠 아소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더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혼다에게 말했다.
“차를 돌려, 총리께 간다. 그리고 총리께 내가 간다고 말씀드려.”
아소의 눈동자는 초점이 멀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