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이 4년6개월여 간의 협상 끝에 22일 타결됐다. 40여 년 전에 맺은 한·미 원자력협정이 일방적 공급을 받는 수혜자로서의 의무 사항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을 한·미 간 ‘원자력 기술 동맹’으로서 제휴를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원자력 기술 개발 투자와 성과의 누적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까지의 투자액만 6000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인터넷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군사용으로 사용하다가 민간영역으로 넘겨 엄청난 시장을 만들어냈듯이 미국의 원자력 기술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예로서, 미국은 우라늄을 태웠을 때 나오는 1000가지가 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특성을 실험해 핵반응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한국·일본·프랑스 등 미국형 원전을 사용하는 국가들에 이 기술 정보를 제공했고, 오늘날 우리는 한국형 원자로와 핵연료라는 성과를 수출하게 됐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에서 높은 열과 전기 장치로 플루토늄과 함께 반감기가 긴 방사성동위원소를 뽑아내는 파이로 기술을 개발하고 뽑아낸 물질은 빠른 속도의 중성자를 이용하는 고속원자로에서 태워 버리는 연구를 해 왔다. 아직 연구·개발(R&D) 수준이지만, 이 기술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태워 없애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재활용 기술로, 중국·프랑스·러시아·인도 등도 경쟁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 기술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줄어들게 되면 최종 처분장을 훨씬 쉽게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자들은 미국 연구자들과 함께 2010년부터 파이로 기술을 공동 연구해 기술적 타당성·경제적 효과, 핵 비확산성을 따져보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그간 개발해 온 주요 기술들에 접근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해 온 기술도 제공해 호혜적이면서도 상호 통제적 관계를 맺게 된다.
비행물체의 원전 충돌, 핵연료 수송 사고, 사이버 공격 방어 등 미국은 우리가 직접 실험하기에 부담스러운 폭넓은 원자력 안전성 평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미국은 우리와 안전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한편 한국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포화 문제는 10년 안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만큼 시급하다. 우선, 장기 저장 인·허가를 위한 특성 자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자르고 녹이고 분석하는 특성 실험을 우리가 필요할 때에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획기적인 진전이다. 앞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수송·재활용·처분 분야의 기반 자료를 확보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협정 개정을 통해 연료 공급 보장과 저농축 통로를 확보하고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의 큰 진전을 이룬 것은 우리의 착실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만 장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 간 원자력 기술 교류의 확대는 농축과 재활용 그리고 수출 원활화를 넘어서 우리에게 절실한 기술을 확보하는 큰 통로를 열었다는 의미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방대한 원자력 기초·기반 기술을 가진 미국과 응용 면에서 뛰어난 인적·산업적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더욱 수준 높고 활발한 기술 제휴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실현하는 획기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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