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인도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인도가 12억 인구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각하면서 ‘인도 공략’이 글로벌 기업들에 떨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이미 지난 2011년 구매력 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4조4600억 달러(약 4811조20억 원)를 달성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도 시장이 세계 주요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인도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 인도 수출은 최근 6년간 연평균 9.79%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4.95% 늘었다. 자동차 부품, 철강, 플라스틱 등의 수출이 늘면서 2014년 기준 대 인도 수출은 전년 114억 달러에서 무려 12.4%로 두 자릿수로 늘었다.
기업들의 현지 투자도 지난 1983년 1월부터 지난 2014년 9월까지 누적 35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현지 진출은 현지에서도 인정하는 성공 사례다. 삼성전자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했다. 인도 내 2개의 제품 연구·개발(R&D)센터를 각 노이다와 벵갈루루에 설립하고 2000∼2012년 57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인도 소비자들의 문화와 특색을 연구한 결과다.
여기에 소비트렌드 변화를 공략한 전략이 먹혀들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인도에서 갑자기 휴대전화 소비가 급증했는데, 이 바람을 타고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인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휴대전화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단가에서 30%가량 높았을 정도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 가전제품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1997년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도 푸네에 진출한 LG전자는 예외적으로 합작이 아닌 단독 진출 전략을 폈다. 대규모 투자와 부품 현지화 등을 내세운 것이 통한 것이다.
LG전자는 단순히 부품 현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채식주의자 인도인들을 위해 크기와 부피를 줄인 작은 냉장고, 지역별 현지어, 힌디어로 사용법이 입력된 세탁기 등 상품 출시는 LG전자의 현지화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변한다. LG전자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1997년 불과 3000만 달러 자본금을 투입해 설립한 LG전자는 현재 수년째 인도 가전제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6년 진출한 현대자동차 역시 현지인의 취향을 고려해 사양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소형차로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인도에서는 유럽형의 소형차 i10 모델 등이 인기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해치백 부분에 인기가 높은 i20 등 5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 전역에 걸쳐 260개의 딜러망을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인도 내수시장에서 차량이 한 대씩 팔릴 때마다 100루피씩을 적립해 인도 대학 장학금 등 사업에 연간 8억 원 가량을 기부한다.
우리 기업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인도 수입 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3.0%로 일본(2.2%)보다 높은 상황이다. 1위는 13.1%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 우리 경쟁국들의 도전 더욱 거세다. 최근 특허문제로 주춤하고 있지만 샤오미(小米) 등 중국 저가 스마트폰의 도전은 이미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 이동통신사인 영국의 보다폰은 지난 2007년 인도 4위 이동통신사인 허치슨 에사르 사의 주식 67%를 135억 달러에 인수하며 인도 통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가전 회사인 다이킨 역시 크기를 30% 줄인 고효율 소형 에어컨을 개발, 출시해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켜 현지 가전제품 1위인 LG전자를 위협했다.
중국의 가전 회사 하이얼 역시 저가 가전제품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 지난 2013년 150억3000만 루피(약 2억48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현재 북인도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이얼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다른 경쟁사보다 3.5%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도 건설장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영국 기반 건설 장비업체 JCB는 인도 시장의 맞춤형 제품 개발로 성공한 사례다. JCB는 지난 2012년 현재 매출 9억16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인도 시장 점유율 68%를 자랑하고 있다.
박민준 코트라(KOTRA) 첸나이무역관장은 22일 인도에 진출해 성공한 해외 기업들의 특징을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알고 이해한 기업들”이라고 요약했다. 인도의 문화가 깊고 독특하기 때문에 토착화에 성공 여부가 인도 진출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인도 문화를 이해한 또 다른 사례로 맥도날드의 성공을 꼽았다. 인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 등 종교·문화적 장벽이 큰 나라다. 맥도날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닭고기 위주의 상품을 내놓아 인도 패스트푸드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다. 2013∼2014년 2분기 수익 14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인도법인 힌두스탄유니레버(HUL)는 창의적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인도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일일 소득 2달러 미만의 빈곤층(7억5000만 명)을 대상으로 비누, 샴푸, 세제의 사용법을 가르치고 그들에 맞는 저가 생활용품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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