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김호성(왼쪽 두번째)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장순흥(〃 세번째) 한동대 총장, 김학노(〃 네번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 본부장이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의미와 개선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김호성(왼쪽 두번째)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장순흥(〃 세번째) 한동대 총장, 김학노(〃 네번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 본부장이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의미와 개선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타결 이후김호성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사회)

장순흥 한동대 총장

김학노 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 부원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 본부장


지난 2010년 10월 시작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첨예한 논의 끝에 4년 반 만인 지난 22일 타결됐다. 1956년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이후 반세기 동안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한국형 원전과 스마트원전, 연구로를 해외로 수출하는 우리로서는 기존의 협정이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도 같았다. 이번 협정 타결은 ‘끝’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문’이 열린 것이라는 평가다. 이번 협정 개정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기며, 실제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이번 협정의 핵심 쟁점이었던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 3대 과제의 현황과 성과에 대해 짚어보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23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특별좌담에는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 본부장이 참석, 한미원자력협정 타결의 주요 현안별 의미와 개선 과제를 짚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고위급 상설 협의체 구성으로 원자력 협력의 모범적인 모델을 도출했다는 점, 국내 원자력 연구 자율권 확보로 원전 선진국(핵연료주기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원전 기자재의 제3국 수출 시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한국형 원전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점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개정 협정 후 미국 의회 설득을 위해 일련의 후속조치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호성 이사장(이하 사회) = 원자력은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지만, 사용후핵연료가 문제다. 2016년부터 고리원전부터 저장시설 포화상태가 돼 문제가 심각하다. 원전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무엇인지, 협정 개정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궁금하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이하 장 총장) =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중간저장은 당연하지만, 만약 재처리를 못한다면 지하 500∼1000m 암반층에 보관하는 영구 처분을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재활용하든지 감량하기 위해서는 재처리가 필요한데 이번 협정으로 우리나라가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활용기술) 연구 개발할 길이 트였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 사용후핵연료 부분으로 지금까지 우린 사용후핵연료를 만지지도 못했다. 이제는 적어도 1단계가 허용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연구 개발이나 상용화까지 길이 열렸다. 2∼3단계는 앞으로 2020년까지 한·미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인데 결과에 따라 실용화·상용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후핵연료가 1단계만 실용화돼도 부피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폐기물 부지를 절반 이상, 나가서 4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어 매우 가치 있는 진전이다. 그리고 전엔 우리가 위탁 재처리조차도 못했다. 못했다기보다 재처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재처리를 다른 나라에 더 싸게 할 수 있으면 이제는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앞으로 이를 통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하는 데도 좋고 장기적 전략을 짜는 데도 유연해졌다.

△사회 =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시장 교란상황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추진 경로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이하 김 부원장) = 기존에는 ‘기체확산법’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 다음 ‘원심분무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핵무기 개발을 원하는 국가들이 사용했다. 최신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한 ‘사이러스’ 기법이다. 핵연료 성형가공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우라늄 재처리 공장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립됐지만, 농축과 관련해서는 그에 따라 추가적으로 수반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쪽에서 바라보는 것은 발전에 사용되는 핵연료의 성형·가공의 경제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와 별도로 연구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농축을 위한 자율권이 허용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사회 = 이번 협정 개정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길이 활짝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 본부장(이하 이 본부장) = 원전수출 증진이 합의사항에 포함돼 환영한다. 이번 개정은 아랍에미리트(UAE)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앞으로 원전 수출증진에 큰 틀이 마련된 것이다. UAE와 제2·3의 원전수출을 위한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동반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미국 원전 설비 및 부품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했으나 이제부터는 양쪽 국가 간 협력으로 높아졌다. 플랜트 부품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업체에도 의미가 있다. 미국업체들도 수출만이 살 길이고, 이를 계기로 활성화할 수 있다. 양국 간의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우리가 원전 기자재를 제3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건별로 미국 동의를 받고 넘겨야 했다. 보통 건별로 한 달 이상 기간이 걸렸다. 또 분기별로 보고도 해야 하는 절차도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제3국으로 수출할 때 건별로 승인받을 필요 가 없고 장기동의로 가능해졌다. 원전업계 수출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다. 절차적 의미로 자유권이 강화됐고, 우리 위상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사회 =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큰 문제다. 한·미 핵연료 주기 공동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 총장 = 우리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을 연구하고 있다. 또 처분하는 것도 연구하고 있다. 그중 제일 급한 것은 중간저장이다. 지금은 처분연구부터 하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감량시키는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인데 지금 이를 연구하고 있다. 중요한 건 파이로프로세싱에서 나오는 초우라늄(플루토늄도 포함)을 태워서 없애야 한다. 에너지도 만들 수 있는 ‘액체금속로’도 개발 중이다. 미국업체와 공동 개발 중이다. 우리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자세히 말하면 지금 국내에선 핵물질이 아닌 유사물질로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대해 1단계인 전해 공정에서 사용후핵연료로 연구할 수 있게 됐다. 2∼3단계는 우선 미국 실험실에서 한다. 이후 핵비확산성 및 경제성이 있으면 본격적으로 국내에서도 할 수 있다. 그 결정을 2020년까지 국내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다.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방사선 물질도 대폭 줄일 방안이다. 앞으로 파이로프로세싱에 성공하면 습식 재처리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핵비확산성이 있어 선진적인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앞으로 다른 습식재처리 국가들도 다 우리나라를 따를 전망이다. 원전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이다. 핵연료 주기기술은 재처리 기술 등인데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갖추면 우리도 선진적 국가가 된다.

△사회 = 이번 협정 개정으로 한·미 고위급위원회(차관급)를 설치해 운영한다. 실무그룹도 만들어져 외교적 협의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협력 채널이 원전 수주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 본부장 = 원전수주는 업체 간이 아닌 국가 간 경쟁이다. 정부의 확고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 지원이 확실해야 수주할 수 있다. 협력 채널을 만든 것은 좋은 기회다. 전략적 협력채널을 확보한 것으로 보는데 수출 관련 실무위원회를 통해서 재이전·수출입 인허가 신속화 등 개정된 원전수출 증진 사항은 앞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전이 추진 중인 원전수출국에 대해서도 미국과 전략적 공조를 해나가야 한다. 양국 산업계 간 긴밀하게 협조하면 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생할 수 있다.

△장 총장 = 전에는 우리나라가 원자력 농축 시설을 못 갖췄는데 적절한 선에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로를 통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것을 하자고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해외에선 우리가 농축공장에 지분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에서도 다국적 농축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핵비확산성이 있고, 경제성이 있을 때 상호 인정해주는 프로세스가 이번 협의체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협의체 구성이 농축시설 확보에 도움될 것이다.

△사회 = 협의체가 주권을 약간 제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김 부원장 = 과거에는 협상 대상이 국장급이었다. 앞으로는 한·미 간 원자력 대표는 양국 차관이다. 그 아래 4개 실무위원회가 구성된다. 기본적으로 이번 협정 개정과 관련해 이전에는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이 쫓아가는 모양이었지만 이젠 대등한 관계로 초안에 녹아들게 했다. 앞으론 양국 간 상생할 수 있는 원자력 로드맵을 만들 것이다.

△사회 = 미래과제에 관해 이야기하자. 원자력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국민소통 기관장으로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 모범이 될 수 있는 모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협정 개정은 그간 작아져 맞지 않는 옷을 딱 맞게 갈아입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협정이 끝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문을 연 것이다. 앞으로 20년 후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장 총장 = 우리나라가 경수로 분야에서는 세계적 강국이다. 경수로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액체금속로 분야에서도 강국이 될 기회를 얻었다. 또 원전뿐만 아니라 핵연료 주기에도 강국이 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면 우리가 후행주기에서 가장 선진국이 될 것이다. 20년 내 적절한 경로를 통해서 한국에도 다국적 농축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에서는 원전, 원자로, 후행 핵주기 분야, 비원전 및 의학분야 등 종합적으로 원자력 선진국이 될 것이다.

△사회 = 한미원자력개정 협정 타결로 인해 정부의 후속조치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장 총장 = 협정 후 앞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의회에서 통과될지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번 2년 연장할 때도 상원의원 1명(현 외교위원장) 때문에 1년 허송세월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의심하지 말고 동반관계로 인식해 달라고 우리 정부가 의회 관계자에게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만 규제한다고 해서 핵확산을 막지 못할뿐더러 다른 나라로 간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 우리가 UAE 원전을 수출해서 핵비확산성에 엄청난 이바지를 하기도 했다는 점도 부각시켜야 한다.

△사회 = 새로운 협정은 평등·호혜 원칙하에 원자력 이용은 ‘불가양의 권리(inalienable right)’임을 확인했다. 협상단의 노고가 엿보인다. 개정협상 타결로 양국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기대해본다.

박민철·박정민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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