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잉글랜드 서리의 링필드 고아원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어린이 24명이 들어옵니다. 이들 중에 최연소 생존자인 세 살짜리 4명이 있었습니다. 벌, 레아, 잭 그리고 벨라. 생후 몇 개월이 채 안 된 갓난아기였을 때 테레진 수용소에 보내진 이들은 고아원에 도착했을 당시 하나같이 몸집이 작고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들이 서른일곱 살이 됐을 때 미국 심리학자 사라 모스코비츠가 이들을 만나 그뒤 5년간 삶을 추적합니다.

똑같이 고통스러운 유아기를 보냈지만 4명의 삶은 달랐습니다. 벌, 레아는 평생 불안과 수치심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잭은 가끔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런던에서 개인 택시를 운전하며 안정되게 살았습니다. 아내를 사랑했고, 운전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이는 벨라로 고아원에 도착하자마자 고아원 곳곳을 탐험했던 이 아이는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훌륭하고 행복하게 성장했습니다. 이들뿐 아닙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평생 괴로움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도의 시간을 보낸 뒤 자기 삶을 잘 꾸려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스템 혁신 전문가 앤드루 졸리와 극작가 앤 마리 힐리가 함께 쓴 ‘회복하는 힘’(김영사·사진)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회복하는 힘, 즉 회복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엔지니어링에서 회복력은 구조물이 충격을 받은 뒤에 원 상태로 되돌아오는 정도를, 생태학에서는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개인의 능력을 말합니다.

분야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지만 두 저자는 ‘회복력’이란 극심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핵심적 목적과 완전성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 ‘힘’을 내건 신간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회복력의 근원을 파헤친 ‘회복하는 힘’, 북리뷰에 소개한 강상중의 ‘마음의 힘’,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철학의 힘’(위즈덤하우스), ‘질투의 힘’을 부제로 내건 ‘질투의 민낯’(팬덤북스) 등입니다.

책 제목이란 언제나 시대와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니, 우리들에겐 이런 ‘힘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어떤 ‘힘’들로 살아가는지요. 일단 밥심에, 각자 목표와 삶의 가치를 향한 열망의 힘이 있을 테고, 사랑하는 이의 눈빛, 옆자리 동료와 나누는 수다, 햇살의 따스함도 힘이 됩니다. 이 크고 사소한 모든 힘들을 연료로 자기 내부의 엔진을 돌려 살아가지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들은 무엇일까. ‘힘’ 책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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