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또 강상중(사진), 그리고 또 마음이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의 동명소설을 모티프로 지난해 소설 ‘마음’을 펴냈던 강상중 전 세이가쿠인(聖學院)대 총장. 또 마음을 파헤친다.

전작이 각자 어떤 죽음을 맞닥뜨린 두 주인공이 내밀한 교감을 통해 구원의 빛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엔 그 빛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전 총장은 21세기 현대인들을 무엇을 믿고 어디에 기대어 살아갈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종의 ‘불안 덩어리’로 정의하고, “마음의 실질(實質)을 키우자”고 권한다. 따라서 책은 소설 ‘마음’의 실전 편이기도 하고,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와 함께 ‘강상중의 힘 3부작’을 완결하는 마지막이기도 하다.

책은 21세기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20세기 대문호들이 남긴 기념비적 작품 속의 후일담을 만들어냈다. 100여 년 전 비슷한 시기에 쓰인 나쓰메의 ‘마음’(1914)과 토마스 만(1875∼1955)의 ‘마의 산’(1924)이다. 저자는 두 소설 속 주인공 가와데 이쿠로(마음)와 한스 카스토르프(마의 산)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짧은 소설 ‘속(續) 마음’을 6편으로 나누어 책 속에 담았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 사이에 자신의 인생론을 촘촘하게 끼워 넣는다.

저자가 ‘마음’과 ‘마의 산’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두 작품이 ‘마음을 상실하기 시작한 시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쿠로는 메이지(明治) 일왕이 죽자 순사(殉死)한 노기 마레스키(乃木希典)를 보고, 그의 ‘선생’마저 목숨을 끊은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한스 역시 인생의 의의나 목적에 대해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결핵 요양소에서 지낸다. 이러한 시대상과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저자는 “시대가 병들어 있는데 인간에게 건강하게 살라는 것은 잘못”이라며 시대와 사람 마음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한다.

“시대에 꿈도 희망도 없고 사람이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이 주어지지 않는데 개인이 그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78쪽) 그러면서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대안(alternative)이 없고 △‘이웃’이 없고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마음을 잃기 시작한 지 100년. 책에 따르면 우리들은 이미 ‘마음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다시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쿠로와 한스가 소환된 건 그들에게 어떤 ‘비의(秘義)’, 즉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사람이 모두 ‘위대한 평범’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평범’이 이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기 위한 궁극적인 마음가짐이라고 단언한다.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 보고 그게 잘 안 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마음의 풍요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얼마나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니까요.”(138쪽)

우리는 왜 이토록 ‘마음’을 파고, 다잡고, 또 키워내야 하는 걸까. 책은 나쓰메의 ‘풀베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대신 답한다. “산길을 오르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정(情)에 삿대를 꽂으면 떠내려간다. (…)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80쪽) 그래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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