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30분 대마도 최북단의 히다카쓰(比田勝)항, 여객터미널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안쪽이 하카타행이고 바깥쪽이 부산행 국제터미널이다. 국제터미널 안쪽 항에는 어제저녁에 들어온 고속선 한 척이 떠 있을 뿐 앞쪽은 비었다.

요즘에는 대마도 관광이 금지된 터라 고속선은 후쿠오카에서 온 전세선이다. 마키가 대합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재빠르게 앞을 가로질러 갔다.

“저런, 빌어먹을. 재수 없게.”

투덜거린 마키가 허리를 펴고 앞쪽 항을 보았다. 올해 68세인 마키는 히다카쓰항 터미널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35년이 된다. 전에는 이즈하라항에서 근무했으니 항구 관리사무실에서 한평생을 보낸 셈이다.

“젠장, 전쟁이 일어나려나?”

아직 어둠이 덮여있는 항구와 건너편 해상보안서 건물을 바라보면서 다시 마키가 혼잣말을 했다. 혼자 사는 마키는 어젯밤도 관리실 숙소에서 잤다. 동료 소노다 대신으로 숙직 근무를 해준 것이다. 새벽잠이 없는 터라 5시에 일어나 터미널을 돌면서 아침 운동을 하는 중이다.

“하긴 한국령이 되면 대마도가 시끄럽긴 하겠다.”

한국 관광객을 떠올리면서 마키가 두 팔을 벌리고 숨쉬기 운동을 했다. 해상보안서의 불빛이 환했다. 예전에는 건물 한두 곳만 불이 켜져 있었는데 요즘 일·한 간 대마도 소동이 일어난 후부터 해상보안서는 불을 환하게 켜놓았다.

“에이그, 누가 대마도 주인이 되건 상관없다.”

이제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하면서 마키가 시모노세키에서 살고 있는 외아들 사이토를 떠올렸다. 나이 40세가 된 사이토는 3년 전 이혼하고 여덟 살 난 딸 나오미와 둘이서 산다. 마키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이토가 대마도로 돌아와 손녀하고 셋이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이토가 일할 곳이 있어야 한다. 대마도가 누구 차지가 되건 간에 사이토가 일할 직장만 있으면 된다. 대마도 태생인 마키는 한 번도 본토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목운동을 시작한 마키가 다시 혼잣말을 했다.

“대마도 국민 70%가 백제계라며? 나도 조선계인지도 몰라.”

그때였다. 건너편 해상보안서가 갑자기 환해지더니 불기둥을 뿜으며 어두운 하늘로 솟아올랐다. 폭발한 것이다. 건물이 산산조각이 되어서 하늘로 솟아오른다. 다음 순간 폭발음이 울렸다.

“꽈꽈꽝!”

엄청난 폭음이다. 혼비백산을 한 마키가 얼어붙었다가 몸을 돌려 대합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문 받침대에 발이 걸려 빈 대합실에 뒹굴었다.

“꽈꽈꽝!”

다시 폭음이 울리면서 해상보안서의 불빛이 항구를 비추었다.

“아이고, 전쟁이다.”

마키는 이제 해상보안서가 불길에 덮인 것을 보았다. 한국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그때 옆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경비원 아오모리가 달려왔다. 아오모리는 모자도 쓰지 않았다.

“마키 씨! 전쟁이요!”

아오모리가 소리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빈 대합실에는 그들 둘뿐이다.

“포격을 한 것 같아.”

겨우 진정한 마키가 말했을 때다.

“꽈꽈꽝!”

다시 폭음이 울렸는데 이번에는 뒤쪽이다. 뒤쪽은 시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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