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20일 국회 앞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족과 국민들 입장에서 세월호 진상조사나 수사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선박을 인양해서 좀 더 조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20일 국회 앞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족과 국민들 입장에서 세월호 진상조사나 수사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선박을 인양해서 좀 더 조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56)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파워 인터뷰 내내 신경전이 이어졌다. 기자는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자 3선 국회의원인 그를 정치인으로 대하고자 했지만, 그는 시종 대통령이 임면권을 쥔 국무위원으로서만 답변에 임했다.

인터뷰 시간 동안 자신의 정치 역정이 아닌 현안과 관련한 사안들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분석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과 그 뒤 닥친 여권의 위기가 맞물린 시점의 인터뷰여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정치 질문엔 일절 함구하겠다고 작정한 듯했다.

대신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초임 장관이라고 하기엔 업무 파악이 빨랐다. 해양·수산 분야와 관련해 각별한 인연과 오랜 경험 때문일 것이다.

해수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와 인터뷰에 응한 유 장관을 20일 오후 늦게 국회 앞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오랜 친박이신데, 가까이서 본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분인가요.

“저야말로 몸소 느꼈는데, 원칙과 정도를 꼭 지키려고 하는 분이죠. 거기서 벗어나려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요. 이런 부분이 이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아닐까….”

―‘성완종 리스트’ 정국으로 사실 요즘 박근혜정부가 많이 어렵잖습니까.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원칙과 정도를 걸으면서 나아가시면…. 국민들도 박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것으로는 보지 않고요, 대통령이 앞으로 더 잘할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거 아닌가요.

“뭐, 위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 걸 압니다. 다만 대통령이 충분히 잘 알고 계실 것이고 좋은 정치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박 대통령과 유 장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유 장관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국회 진입과 더불어 시작된 인연으로 12년간을 한결같이 친박으로만 지냈다. 재선 도전 때인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당내 공천을 받지 못한 것도 단지 친박 핵심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유 장관이 당시를 회고했다.

“2007년에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뜨겁게 붙었잖아요. 제가 그해 5월까지 당 대변인을 하고 바로 캠프에 가서 박 후보를 열심히 도왔습니다. 하지만 경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졌고 이명박정부가 탄생했죠. 그 다음 해인 2008년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소위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한 ‘친박 대학살’이었죠. 제가 공천에서 탈락한 날 박근혜 의원이 저에게 위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쭤 봤더니 박 의원이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말씀하더라고요. 다음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의 말을 전했더니 언론에 그 멘트가 대서특필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 선거 슬로건도 ‘박근혜를 도운 것이 죄가 됩니까’였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당 대변인 시절 ‘설화(舌禍)’가 떠올랐다. 2006년 태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거론하며 ‘노무현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논평한 게 문제가 됐다. 열린우리당은 ‘쿠데타를 조장하고 유도하는 발언’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때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가 야당 대변인으로서, 다른 나라를 거울 삼아 정치를 혼란스럽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인데, 여당이 아주 발끈해서…. 그때 대변인 말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느꼈고 그다음에는 조심스럽게 말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쿠데타 타산지석’은 좀….

“정치 혼란 없이 국민들께 안정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자는 거였지 정변을 조장하는 건 전혀 아니었어요.”

―민주화된 시기에 쿠데타는 일어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신 거죠.

“그렇지요. 그런 일이 발생해서 권력을 바꾼다는 것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겠지요.”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 경험이 있지요. 현재 자신의 이념적 지도는.

“대학 1학년 때 일이었고요. 이후로 저는 보수주의 자리를 떠난 일이 없습니다.”

―여권 일각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분도 있는데.

“저는 아닙니다. 거꾸로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여야 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경제가 보수여야 한다는 거죠. 안보도 보수, 경제도 보수.”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도 하셨는데, 최근 논란이 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의견은.

“사드 배치는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있고,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전반적인 검토도 필요하고, 전략적으로도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특히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므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배치 신중론자이군요.

“그렇습니다.”

―한국의 미·중 균형외교론에 동의합니까.

“그렇게 봐야죠. 미국은 오랫동안 동맹적 관계이고, 중국은 제1 교역국이고 지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국을 균형적 시각으로 판단해야 하겠죠.”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가 중국에 경도된 외교를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과 혈맹이죠. 실제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한·미 동맹의 진전과 한·중 관계 발전 중 어떤 게 더 중요합니까.

“굳이 선택하라면 아직은 한·미 동맹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시점과 지면 게재 시점 사이에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합동의 세월호 선체 인양 공식 발표가 있었다. 선체 인양은 사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떠난 지난 16일 출국 직전 세월호 참사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이미 밝혔던 내용이다.

―인양 결론을 내리기까지 과정과 배경은 어떻습니까. 해수부의 역할은.

“박 대통령께서 직접 결정하신 것으로 압니다. 저희 해수부에서는 거기에 대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 거고요.”

―지난 1년간 세월호를 인양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었습니다. 인양 쪽으로 결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

“장관 취임 후 업무를 파악해 보니 세월호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견을 (청와대에) 제시했습니다.”

―당장 인양을 시작한다 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끝날 텐데, 인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입니까.

“선체가 파손 혹은 변형되지 않도록 하는 것,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 잔존하는 기름(油)이 흘러서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유가족들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요구에 대한 해답은 무엇입니까.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직과 정원 등 특별법에서 위임한 기술적 사항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시행령에 대한 일부 이견을 이유로 시행령이 특별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특조위의 제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폐기는 안 되고요, 다만 유가족과 특조위 의견을 듣고 시행령을 손질하겠습니다. 공무원 파견 숫자를 줄이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해수부 공무원은 필요하지 않으면 한 명도 안 보낼 수 있습니다. 기조실장도 원하지 않으면 파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세월호 관련 이슈들은 참 민감한 부분입니다. 다만 정부 진상조사 발표가 이뤄진 뒤에도 계속 진상조사를 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유가족 입장에서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미 발표했던 진상조사나 수사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선박을 인양해서 좀 더 조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하면 조사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장관 취임 이후 유가족은 몇 번이나 만나 봤죠.

“안산 합동분향소에 한번 가서 뵀고요, 세종시 해수부 청사로 유가족들이 찾아와 만났고, 참사 1주기 때에는 팽목항에 가서 뵀습니다.”

―세월호 인양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제가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진의가 와전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해수부의 다른 고유 업무들이 많이 가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진행돼야 할 중점 과제들은 어떤 게 있습니까.

“어떻게 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서 해야 할 일을 많이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해운의 경우 세계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다른 나라 해운회사와 극단적인 경쟁을 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수산도 남획과 오염 등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해수부는 신성장동력이 되는 사업, 일자리 창출 사업, 고부가가치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크루즈 관광 허브 도약을 강조하셨죠.

“한국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 한 사람이 쓰는 돈이 평균 1000달러, 약 100만 원이나 됩니다. 이는 컨테이너 10대 처리 비용과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한 해 처리 컨테이너가 2500만 TEU가량이니까 25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오면 그 정도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거죠.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 명 정도 왔어요. 앞으로 150만 명을 더 오게 하면 답이 나옵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300만 명 이상으로 급성장이 예측됩니다.”

―올해 초 국회에서 크루즈 관련법이 통과돼 다행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신성장동력이 되는 산업으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엔 ‘국적 크루즈 선사’를 설립하고 출범하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적 크루즈 설립이란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대한민국 국적 크루즈가 등장하면 우리도 충분히 아웃바운드 크루즈 관광을 개척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배 안에서 숙박하고 먹고 면세점도 이용하고 여러 가지 부대시설 수입도 만들고, 지금까지 외국으로 유출되는 수입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신성장동력도 되고 일자리도 창출되고, 다양한 형태의 일들이 들어갑니다. 크루즈는 쉽게 말해 ‘해상에서 움직이는 호텔’로 보면 됩니다. 다양한 인력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국민 여가 활용에도 좋고요.”

―국적 크루즈 출범과 맞춰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주변에 가처분소득을 갖는 나라가 많습니다. 중국·일본·홍콩 등의 인적자원들을 관광 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은 선박회사나 정부만 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역 상인들, 관광단체들이 다 같이 해서 전체적으로 뛰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한번은 중국 관광객을 지난해 영화로 흥행몰이를 한 국제시장에 데려갔는데 아침 일찍 가니까 상점들이 문을 닫은 거예요. 관광객들이 돌아가 버렸죠. 그들이 다음에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리나 산업 육성도 강조하고 있는데.

“마리나 역시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입니다. 최근 레저 선박과 요트 조종면허 취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실정이거든요. 정부는 국민들이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리나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2017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거점형 마리나 6개소를 조성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항구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요트 정박·수리나 회원권 이용 등과 연계시키면 연관되는 경제효과가 굉장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산 분야는 어떻습니까.

“수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진화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수산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산업도 1차 산업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이는 유통이나 가공 쪽으로 발전한다면 미래산업 혹은 효자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의 수산업 개방도가 높은 편이어서 한쪽으로는 피해가 예상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수산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도 실행하고 있습니다. 명태 종묘 생산기술을 개발해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유 장관은 해수부 15개 핵심 과제들을 하나하나 꼽았다. 크루즈·마리나 산업 육성을 포함해 해양에너지 시범사업 개시, 해양 바이오 디젤·수소·시험생산 본격 실시, 대규모 내수면 친환경·첨단 양식단지 조성, 여객선 현대화를 위한 선박 공동투자제도 도입, 어선 현대화 자금 금리 인하 및 표준선형 개발….

―그것을 다하려면 박근혜정부 남은 임기 내내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내년에 총선이 있어서….

“(웃음). 시차를 두고 차츰 완성하려고 합니다. 그중에 이미 성과를 본 것이 유럽연합(EU)의 ‘불법어업국 지정 해제’ 조치입니다. 불법어업국으로 계속 지정되면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겠지요. 수출도 막히고, 다른 산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유 장관은 대단히 의욕적이었다. 항간에 어차피 내년 총선에 그만둘 ‘시한부 장관’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 것은 유 장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 출마 의향을 떠봤다.

“장관으로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죠.”

유 장관은 “임기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 의미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소이부답(笑而不答),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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