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무력행사 범위 동북아서 全세계 확대
2015년 4월 말, 동북아의 시선이 온통 미국 워싱턴에 쏠려 있다. 동북아 일대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일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26일∼5월 3일)을 시작으로 27일 미·일 정상회담, 같은 날 미·일 외교·국방장관 간 2+2회담, 29일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합동회의 연설 등이다. 특히 2+2회담에서 확정되는 미·일 가이드 라인(방위협력지침) 개정은 일본 자위대의 활동 영역 확대가 담길 예정이어서 정부가 초긴장 상태다. 최근 가속화 흐름을 타고 있는 미·일 밀월관계의 상징적 사건으로 동북아 역학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한·일 관계는 심각성을 더한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23일 “한·일 양국의 지속가능한 신뢰 구축”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1 미·일 가이드라인이란
일본 유사 사태 시 자위대와 재일미군의 공동방위 방법을 명시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일컫는다.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지난 1978년 마련됐다. 냉전시기 구소련이 아시아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이 일본과 아시아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체결을 추진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최근 북한 핵 위협이 증대되면서 미·일은 1996년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통해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 범위를 넓혀 주변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활동범위는 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2 미·일 안전보장조약 특징은
미·일 안전보장조약은 1951년 체결됐다. 일본에서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군이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참전하고 일본에 주둔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지원과 보호의 성격이 강했다. 2차 대전 전범국 일본이 헌법을 통해 자체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일본의 안보 비용을 미국이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된 측면도 있다. 일본은 미국에 군사기지만 제공하고 비전투지역에서 후방 지원만 가능하다. 지난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는 성격부터 다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쌍방 의무관계 성격이 강하다. 호혜주의에 입각해 전쟁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양국이 협의하고 각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행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2조에서는 “어느 한국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공동으로 무력공격을 저지한다”고 명기, 공동대응 책임을 명확히 했다.
3 가이드라인 개정협상 주요내용
지침은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마무리된다. 지침의 성격상 협상이 타결돼도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군과 자위대 협력의 지리적 제한이 없어지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의 역할과 활동 범위가 전 세계로 대폭 확대된다는 의미다. 기존 가이드 라인에서 평시, 주변 사태, 일본 유사 사태 시 등으로 나눠진 미·일의 역할 구분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통합 운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미국이 유사 사태에 처할 경우 해외에서 일본 자위대가 협력해 전투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다. 지원과 보호의 개념에서 공동협력 등으로 양국의 군사관계가 보다 견고해진다.
또 미국이 무력행사를 할 때 일본 안보와 관련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과 상관없이 사전에 일본과 조율,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일본과 사전 의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존립 위기 사태’를 신설하고 무력공격 사태와 마찬가지의 공동작전·계획작전을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일본의 평화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에 대해서는 탄약 제공 등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도 대폭 확충하는 등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4 가이드라인 개정 목적·특징은
이번 지침 개정은 양국의 공통된 이해관계와 지역 전략이 맞닿아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피벗 투 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 역내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통해 임기 내 보통국가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미국에 대한 후방지원 범위가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되면 자위대가 세계 분쟁지역 등 어디든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 수준은 한 단계 격상되며 미·일 관계가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다. 미·일 동맹이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한·미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의미도 크다. 일본이 과거 평화헌법 때문에 묶여 있던 국제사회에서의 군사활동 분야에서도 날개를 다는 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5 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인가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에 미국과 일본은 별 이견이 없다. 미국이 이른바 ‘신 애치슨 라인’을 통해 구축하는 중국 포위망에는 일본이 핵심 지위를 차지한다. 미·일·호주 라인이나 미·일·인도 라인 모두 일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거대한 역내 안보협력의 띠를 형성하는 셈이다.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차단하기 위한 띠다. 미국의 핵억지력 제공을 명기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 대비한 도서 방위를 새로 추가하고, 해상영역인식(MDA) 분야 협력을 명기하는 것 역시 중국 봉쇄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수집위성과 통신위성을 사용해 외국 함선이나 수상한 선박 등의 동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국의 해상 진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구체화된 전략이다.
6 韓 동북아전략 악영향 없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입지는 좁아진다. 미·일이 밀착될수록 미국과의 동맹뿐 아니라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의 균형외교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3대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모두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최근 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일 미래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한국을 중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7 韓 군사적으로 우려하는 이유는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는 유사시 이런저런 핑계로 한반도에 병력을 전개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자위대가 공해상을 포함해 한반도 영역(영토·영공·영해)에서 군사활동을 하거나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군사활동을 할 경우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침에 명시하도록 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양국은 ‘제3국’이라는 표현을 통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무마에 나섰지만, 실제 상황 발생 시에도 약속이 지켜질지는 불투명하다. 사전 협의냐, 사전 조정이냐, 사전 동의냐 여부와 상관없이 급박한 전시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울 경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지침 개정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히 한반도 안보 및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활동은 우리 요청 또는 동의가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8 동북아에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안보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 의한 핵억지력 유지,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 무력 사용에 대한 일본과의 사전조율 등은 일본의 입김을 그만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의 반발은 더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실용외교에 따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악수를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견제와 대립 속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 동맹과 관련,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 입장을 밝혔다.
9 日 향후 군사대국화 시나리오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맞춰 일본 의회에서는 안보법제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헌법 개정을 추진하다 난관에 부딪히자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까지 결정한 아베 총리의 일본은 결국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보통국가’ 체제를 완성한 뒤 재무장을 갖춰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일본의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 3월 이미 안보법제정비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평화지원법(항구법)’안을 5월 중순 국회에 제출하고 이 법에 따른 자위대 해외 파견은 예외 없이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게 할 예정이다.
10 아베의 노림수는 무엇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일본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국내 안보법제 개정을 통해 아베 총리가 노리는 것은 군사대국화다. 동북아 지역 안보와 번영에 일본이 공헌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 등 과거사 문제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 견제의 노림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군사적 부흥과 주도권 확보를 꿈꾸는 일본으로서는 필수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정충신·박준희·유현진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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