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식물을 원료로 하는 리넨은 우리나라에서는 마나 모시, 삼베라는 이름으로 여름용 의류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피부에 잘 달라붙지 않고 땀 흡수나 통기성이 좋기 때문이지요.
주로 여름용 셔츠로 만들어 입는 우리와 달리 유럽의 신사들은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리넨 소재를 착용합니다. 셔츠뿐 아니라 팬츠, 재킷 등 다양한 형태로. 습도가 낮은 유럽의 날씨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또 격식을 갖춰 차려입어야 하는 자리가 많은 문화적 배경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리넨 재킷은 신사들의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집니다.
리넨은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될 정도로 가장 오래된 의복용 섬유인데, 구김이 잘 생기고 물이 닿으면 형태가 잘 뒤틀어져 세탁이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 선비들은 새하얀 한산모시에 정성스럽게 풀을 먹여 구김 없이 빳빳하게 그 자태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자연스러운 멋이 트렌드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잘 정돈되지 않고 주름이 생기는 것까지도 ‘편안한 우아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얼굴 주름이 삶의 희로애락이 새겨진 조각 작품이라고 자랑하는 50대 초반의 지인은 “자연이 준 선물인 리넨 역시 주름 때문에 다림질로 각을 안 잡아도 되니 얼마나 편하냐”며 즐겨 입곤 합니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리넨. 멋지긴 한데,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회사 출근 의상으로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리넨에 면이나 합성섬유인 레이온, 나일론 등을 섞은 소재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최근엔 원상 회복력이 강한 폴리에스테르를 혼방한 소재가 개발되면서 물세탁을 해도 옷이 줄어들거나 틀어지지 않는 셔츠까지 출시되고 있습니다.
올봄 리넨으로 멋을 내고 싶다면, 리넨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부드러운 색상의 셔츠나 팬츠를 추천합니다. 리넨 하면 떠오르는 화이트와 베이지 외에도 파스텔 색연필로 칠한 듯 여린 핑크나 그린, 블루도 매력적입니다.
‘나이 든 사람의 옷’이라거나 ‘관리가 까다로운 옷’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리넨을 입는 순간. 바쁜 업무 중에도 여유 있는 신사로 변신할 수 있을 겁니다.
권은주 < 제일모직 커뮤니케이션 담당 >
사진=빈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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