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터프’…나만의 色 창출
답답한 구두보다 감각적 ‘인기’

촘촘히 감싼 ‘knee high’ 디자인
검투사 연상…‘강한 야성미’ 물씬
‘맨발’에 착용 시원한 분위기 연출


국내외 ‘강한 남성’ 열풍을 불고 왔던 영화 ‘300’(2006, 잭 스나이더 감독)을 기억하는지. ‘식스팩’ 복근이 이상적인 남성의 몸, 아니 남성의 필수품(?)처럼 부각 된 데에는 이 영화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어찌하랴. 용맹스러운 데다가 몸까지 좋은 남성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데. 지금 보아도, 여심은 황홀하다. 난데없이 10여 년 전 영화 이야기. 몸이 아니라 사실은 신발 이야기다. 복근은 흉내 못 내도, 전사들이 신고 나왔던 가죽 끈 샌들은 한번 신어 볼 수 있을지도. 수년 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 ‘공격적인’ 신, 일명 글래디에이터(검투사) 샌들이 신사들을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본래 남성의 것이 아닌가.

◇맨살 드러나면 예의 없다?…슈트 아래 ‘쿨’한 남성 샌들 = 지난해 소소한 인기를 누렸던 남성 샌들 스타일이 올 시즌엔 더욱 강력해졌다. 주로 버뮤다 팬츠, 치노 팬츠 등 캐주얼 차림에 등장했던 샌들이 영역을 확장한 것. 보다 클래식하고, 보다 터프해 졌다. 영화 ‘300’속으로 들어간 듯. 핵심은 캐주얼이 아니라 슈트 차림에 신는다는 것. 지난해엔 컬러풀한 양말로 슈트 아래 포인트를 주었다면 올해는 ‘맨살’이 트렌드이다. 봄기운이 어느덧 초여름을 향해 가는 요즘, 일찌감치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신고, 시원하게 발을 드러내면 기분 전환에도 좋다. 답답한 구두보다 감각적으로 보이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15 봄·여름 컬렉션에서 새로운 샌들 스타일을 제안했다. 흰색 재킷에 감색 정장 팬츠를 매치한 룩에 발목을 감는 가죽끈 샌들을 매치해 정갈하기만 했던 옷차림에 경쾌함과 세련미를 더했다. 심지어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앞 여밈을 깊게 하고, 두 줄의 단추를 달아 여미는 재킷)에도 얼핏 안 어울릴 것 같은 투박한 샌들을 매치했다. 의외로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물씬 풍긴다.

◇길어진 스트랩(끈)…보다 ‘검투사’ 다워진 샌들= 앞장서서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선보이고 있는 건 해외 컬렉션이다. 알렉산더 맥퀸, 릭오웬스, 스텔라 매카트니, 클로에, 펜디 등 경쟁이 붙었다.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건 발등과 발목을 감는 가죽끈이 보다 길어졌다는 것. 발등부터 무릎까지(물론, 모두에게 같은 길이는 아니다) 촘촘히 감싸주는 ‘니 하이(knee high)’ 디자인이다. 프랑스 신발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은 투박하고 야성미 넘치는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선보였다. 종아리를 덮는 통 가죽이 마치 영화 ‘300’ 속 전사를 연상케 한다. 관건은 이 가죽끈을 어느 높이까지 드러내느냐이다.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반바지 차림이나 통이 넓은 7부 바지도 괜찮다. 그게 아니라면, 10부 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았을 때 드러나는 정도로 만족하자. ‘니 하이’는 착용감이 안정적이어서 긴 바지 안에 보이지 않게 ‘기능적’으로 신어도 무방하다.

여성이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신으면 섹시하면서도 중성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유행했던 덕에 올해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얇은 끈으로 칭칭 감는 스타일을 제안했는데, 보다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니 ‘공격적인’ 이미지가 싫다면 눈여겨 보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크리스찬 루부탱·조르지오 아르마니 제공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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