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고혼(孤魂)이 그 묘석 밑으로 평안히 돌아갈지 아직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이제부터 출발선을 본격적으로 넘어섰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잖아 보인다. 그런데 그를 둘러싼 사건의 실타래는 그의 자필 메모지에 적힌 정치 거물급 인사들의 불법 정치자금에 국한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돈을 매개 수단으로 삼고 정치·경제·법조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 그의 생전 행적은 건드리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거대한 폭발성을 지닌 것들이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중 하나가 노무현정부 시절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이다. 물론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본류에서 벗어난 곁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둘러싸고 정권 이양기의 두 정권 실세 간에서 나오는 서로 엇갈린 진실 공방은 자칫 예기찮은 정치인의 거짓말 논쟁으로 점화될 소지가 크다. 정치인이 거짓말로 진실을 얼버무리거나 맥락이 통하지 않는 오리발 내밀기는 과학적인 증거 수집이 고도화된 오늘날의 변화한 세상에서 버텨내기 점점 어려워진다.
한 정권 아래서 특정인이 두 번이나 특사(特赦)를 받았다는 사실은 굉장한 특혜일 뿐만 아니라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진 두 번째 특사는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권력의 중심축이 흔들릴 특별한 때였다는 정황은 짐작이 가지만, 특사처럼 법치주의에서 특히 의미심장한 제도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란 미명 아래 극히 비상식적으로 운용됐다는 것은 후진적이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한 권력 내부에 검은 그림자가 있었든지 아니면 이양기 두 권력 간에 모종의 정치적인 흥정이라는 흑막이 있지 않고는 일어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될 파장을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진실은 아직 안갯속이지만, 왜 유독 특사마다 석연찮은 구석이 남는가? 특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이성적으로 행하지 않고 권력의 취향대로, 때로는 자의적으로 행사했기 때문이다. 유죄 확정 후 사정이 바뀌면 규범과 현실의 간극도 깊어질 수 있고, 판결 확정 시 정의의 요구와 다른 예상 밖의 사정 변경도 생길 수 있다. 그 간극을 메울 특별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일종의 긴급권이 특사다. 물론 이 제도는 법치 원칙에서는 예외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강화돼 왔고, 앞으로도 더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제도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권력의 의식 수준에 있다. 특사 같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은 권위주의 시대 국가 주권의 한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국민 주권시대에 이르러 이 권한은 공동선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을 염두에 두고 행해져야 할 제한된 권력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 권력은 헌법에 기초를 두고 있고 사면법에 상세한 절차 규정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밑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지, 위로부터 내려온 어느 일인의 전유물이 결코 될 수 없다. 전통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면권 행사는 경직되기 쉬운 형사사법에 사랑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지만, 그 사랑은 결코 자의적으로 남용돼선 안 된다. 정의의 요구와의 조화를 벗어나지 않는 절제된 사랑, 그것이 사면의 바른 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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