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를 이룬 인천공항의 출국 인파를 볼 때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찾아 낯선 나라로 여행을 결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8년 차 승무원인 나의 대답은 ‘여행은 오감(五感)의 충족’이다. 배가 고프면 고픈 대로, 날씨가 추우면 추운 대로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다.
인간의 오감(五感)은 여행의 순간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행 직후 혹은 과거의 여행을 돌아보는 먼 훗날,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향기, 음악 그리고 먹었던 음식 등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 2월 뉴욕은 거리 곳곳에 얼어붙은 눈덩이가 그대로 방치된 거대한 ‘냉동고’였다. 따뜻한 것이 마시고 싶어 찾은 곳이 뉴욕 소호거리의 카페 ‘아바나(Habana)’였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옥수수구이 때문이었다. 옥수수를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그 이국적인 향과 따뜻하게 식도를 타고 느껴지는 맛은 정말로 근사했다. 그 소박한 맛집을 찾겠다고 1시간 넘게 뉴욕의 거리를 헤매느라 심신이 지쳐버렸던 우리는 제대로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뉴욕의 겨울은 여닫는 가게의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디찬 겨울바람과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는 칠리 파우더향, 또 라임즙 냄새로 기억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뉴욕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감각을 써야만 한다. 넓게 펼쳐진 센트럴파크 잔디밭에 누워 편안한 옷차림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던 뉴요커. 체육복을 맞춰 입고 거리를 내달리던 고교생들의 앳된 구호 소리. 브로드웨이의 티켓 오피스 계단에 앉아 공연을 고르던 순간과 한낮의 태양에 적당히 달구어진 계단의 온기. 그때 나의 이마를 스치던 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 한 점.
뉴욕이라는 도시는 누군가에게 브루클린 다리 너머로 펼쳐진 아련한 모습, 또 누군가에게는 이국적인 맛의 옥수수로 기억될 것이다. 뉴욕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여행객은 각자의 기분과 여행의 목적, 함께하는 동행인에 따라 자신만의 뉴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나의 감각에만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진부해지지 않기 위해. 그래서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많이 추억하기 위해서. 결국은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이 짧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오감이 살아나는 여러분만의 여행을 떠나시길 바란다.
대한항공 승무원
8년 차 승무원인 나의 대답은 ‘여행은 오감(五感)의 충족’이다. 배가 고프면 고픈 대로, 날씨가 추우면 추운 대로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다.
인간의 오감(五感)은 여행의 순간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행 직후 혹은 과거의 여행을 돌아보는 먼 훗날,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향기, 음악 그리고 먹었던 음식 등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 2월 뉴욕은 거리 곳곳에 얼어붙은 눈덩이가 그대로 방치된 거대한 ‘냉동고’였다. 따뜻한 것이 마시고 싶어 찾은 곳이 뉴욕 소호거리의 카페 ‘아바나(Habana)’였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옥수수구이 때문이었다. 옥수수를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그 이국적인 향과 따뜻하게 식도를 타고 느껴지는 맛은 정말로 근사했다. 그 소박한 맛집을 찾겠다고 1시간 넘게 뉴욕의 거리를 헤매느라 심신이 지쳐버렸던 우리는 제대로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뉴욕의 겨울은 여닫는 가게의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디찬 겨울바람과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는 칠리 파우더향, 또 라임즙 냄새로 기억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뉴욕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감각을 써야만 한다. 넓게 펼쳐진 센트럴파크 잔디밭에 누워 편안한 옷차림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던 뉴요커. 체육복을 맞춰 입고 거리를 내달리던 고교생들의 앳된 구호 소리. 브로드웨이의 티켓 오피스 계단에 앉아 공연을 고르던 순간과 한낮의 태양에 적당히 달구어진 계단의 온기. 그때 나의 이마를 스치던 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 한 점.
뉴욕이라는 도시는 누군가에게 브루클린 다리 너머로 펼쳐진 아련한 모습, 또 누군가에게는 이국적인 맛의 옥수수로 기억될 것이다. 뉴욕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여행객은 각자의 기분과 여행의 목적, 함께하는 동행인에 따라 자신만의 뉴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나의 감각에만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진부해지지 않기 위해. 그래서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많이 추억하기 위해서. 결국은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이 짧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오감이 살아나는 여러분만의 여행을 떠나시길 바란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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