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 美의회연설… 어느 것 하나 저지하지 못해 對美 의원외교 손놓고 있는 국회도 책임 면하기 어려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정부가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압박 외교’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오히려 아베 총리가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를 사죄할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외교부 당국자들도 늘고 있다. 전후 처음으로 일본 총리의 합동연설을 허용한 미국 의회에 대한 설득 작업도 사실상 실패했다. ‘의회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 나면서 사태를 방치한 국회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외교가에서 팽배하다.

특히 폭주기관차와 같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외교당국은 속수무책이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저지하지 못한 데 이어 29일 합동연설에서도 과거사 사죄 발언을 끌어내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 행위를 ‘반성’한다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29일 합동연설에서도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일본대사가 21일 “아베 총리는 미국과 대화하러 오는 것이지 반드시 다른 나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데서도 감지된다. 오는 8월 종전 70주년을 기념하는 아베 담화에도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사죄’ 표현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가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 역시 다방면으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다 일본에 번번이 당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외교부의 항변 바로 다음 날 아베 내각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찰스 랭글 의원 등 미국 지한파 의원 4명이 21일 하원 본회의장 특별연설에서 아베 총리에게 전쟁범죄 사죄를 강력히 요청한 정도가 물밑작업의 성과물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정 국가 정상의 활동을 저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다만 연설 내용에 진전이 있도록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은 외교부가 지나치게 조용한 외교만 고수하고 있다고 질타했지만 정작 의원 외교에는 소극적이다. 미 의원 지도부가 친일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또 외통위에는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승인 및 독도 영유권 주장 규탄 결의안’ 등이 올라와 있지만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규탄 결의안’뿐이다.

신보영·윤정아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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