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00엔당 900원 선이 붕괴될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급격한 엔저(엔화가치 하락)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엔저 대응과 활용 방안’을 내놓은 지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카드를 꺼내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원·엔 환율 급락에 대응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원·엔 환율이 원화와 엔화가 직접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결정되는 게 아닌,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되는 ‘재정환율’(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통화의 교환 비율)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원화가치 급등)에는 외환 당국이 속도 조절을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의 상승(엔화가치 하락)을 제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엔 환율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찾기가 어렵다.
외환 당국이 원·엔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미세조정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미세조정이 과도할 경우 미국 등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일 내놓은 주요 교역국들의 경제·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외환시장 개입을 강화한 것 같다”며 “한국 외환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외환 시장에서 미세조정을 강화하려 해도 미국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엔저 대책도 원·엔 환율의 하락을 직접 막는 것보다는 값이 싸진 일본의 시설재 등을 도입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근본 대책은 찾기 쉽지 않다”며 “한국 기업이 엔화 가치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일본 제품을 넘어서는 품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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