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기한 넘긴 형사사건 피고인 年 3546명 법률소비자연맹 분석
소송촉진법엔 ‘4개월內 처리’
민사사건도 기한준수 33%뿐
上告 · 당사자 연기 늘어난 탓


대법원이 법정처리기간을 상습적으로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을 신속히 받을 권리를 최고 사법기관이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대법원은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신속한 분쟁처리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맹이 ‘2014년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3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형사사건 피고인 1만9280명 중 법정처리기한(4개월)을 넘겨 선고한 피고인은 구속 151명, 불구속 3395명 등 총 3546명(18.39%)으로 나타났다. 소송촉진법 21조에는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 항소심 및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에서 2년을 넘겨 사건처리를 받은 피고인도 494명이나 됐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처리기한을 넘긴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연맹은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기소 이후 5년 가까이 판결이 이어지고 있고,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1심 무죄를 깨고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2만 원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는 19개월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금품 수수 혐의를 받았던 정두언 새누리당 국회의원 사건의 경우 법정처리기간의 2배를 넘긴 10개월이나 걸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무죄 선고가 났다.

민사사건 역시 대법원이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처리기한(5개월)을 다수 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맹은 2013년 처리된 1만1552건 중 9998(86.5%)건만 5개월 이내 처리됐고,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6192건)을 제외하면 약 33.0%만 기간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소송이나 다수 당사자 소송처럼 장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일괄적으로 훈시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최근 상고사건이 급증한 것도 이 같은 재판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5년 상고사건 수는 2만2587건이었지만 지난해 3만7652건으로 10년간 1만 건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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