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퓨릭과 박인비. 둘은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공통점이 많습니다. 둘은 정통파 스윙으로 분류되지 않고, 비교적 단타자라는 점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가장 똑바로 볼을 칠 수 있는 ‘대표 선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45세인 퓨릭은 그 유명한 ‘8자 스윙’으로 정글과도 같은 PGA투어에서 20년 이상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주 RBC 헤리티지 클래식에서 5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17번째 우승컵을 수집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선수입니다. 20∼30대가 주도하는 PGA투어에서 퓨릭의 우승은 ‘올드 보이의 반란’에 비유됩니다. 40대 선수의 우승은 지난 2월 혼다클래식을 제패한 아일랜드 출신의 파드리그 해링턴 이후 두 번째입니다. 188㎝ 큰 키 덕에 팔이 남들보다 길어 백스윙 동작에서 클럽을 바로 들어 올린 뒤 하체가 먼저 틀어지면서 8자 스윙이 된 것입니다. 스윙을 멋스럽게 고치려 하지 않고 정확도 높은 샷을 구사하기 위해 애써온 결과입니다.

박인비 역시 2007년 LPGA투어에서 US여자오픈을 석권하며 주목을 받았다가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그를 건져 준 것은 지금의 남편(남기협)이었습니다. 남 씨 역시 프로였지만 독특한 스윙 폼 때문에 골프 스승으로부터 “그런 스윙 하려면 프로를 포기하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들었습니다. 남 씨는 박인비에게 자신의 별난 폼을 그대로 전수했고, 박인비는 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박인비는 2012년 에비앙마스터스를 시작으로, 2013년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을 거두며 ‘골프 여제’로 등극했습니다. 박인비의 스윙 역시 백스윙 톱 자세가 두드러져 정통 스윙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확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아널드 파머는 “자신 있는 자기만의 스윙이 확신 없는 정통 스윙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흡사 퓨릭과 박인비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시즌이 시작된 요즘은 주말골퍼들이 새 클럽으로 바꾸고, 그동안 문제가 된 스윙을 교정하며 ‘칼’을 갈 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습장에선 티칭 프로들이 퓨릭과 박인비의 스윙은 닮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퓨릭과 박인비의 스윙이야말로 주말골퍼들에겐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합니다.

어설프게 스윙 폼을 바꾸기보다는 어설픈 스윙이라도 정확도 높은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요.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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