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인 기숙사. 평균 연령 스무 살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유배지에 살고 있는 ‘유리’는 최다 커플을 배출하는 신입생 환영 파티에 참가한다. 한참 파티를 즐기고 있을 무렵, 천장에서 엄청난 양의 시뻘건 물이 쏟아진다. 학생들은 SNS에 소문이 불붙듯이 퍼져나간 학교 귀신, 빨간아이가 벌인 짓이라며 공포에 떤다. 그때부터 빨간아이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는데, 기숙사 질서를 망치는 일이 발생하면 SNS에 현장 사진, ‘햄릿’의 문장과 함께 사건을 폭로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는 것을 본 학생들은 점점 서로를 검열하기에 이르고 결국 크고 작은 다툼으로 번진다. 학생 전체가 자발적으로 빨간아이의 눈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이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바로 유리다. 바로 그가 ‘빨간아이’라는 존재를 처음 만들었기 때문. 정의와 질서라는 이름으로 학교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제2의 빨간아이를 잡기 위해 유리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현대인은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됐고, 서로의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편리함과 신속성이라는 달콤한 유혹 뒤에는 익명성과 사생활 침해이라는 엄청난 역기능이 숨어있는 지 깨닫지 못한 채.
저자 김율은 “요즘은 모두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스마트폰과 SNS가 그 기반이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괴담’이라는 소재를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실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실제 기숙사 생활을 했던 작가의 경험이 묻어 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6개월 간 휴학을 택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탈고 후 느낀 기쁨과 감동을 생각하면 몇 번을 고쳐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왜 저자는 이 시기에 학업을 잠시 접고 소설쓰기에 매진한 걸까?
김율 작가는 “막상 소설을 쓰기 시작하자 망망대해에 놓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내 삶의 기억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서 방향을 잃지 않고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며 “이 소설의 내용은 지금 내 나이에 나의 감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라 판단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율 작가는 소위 말하는 ‘정식 코스’를 밟지 않았다. 기성 작가들이 신춘문예 등을 거쳐 등단하지만 그는 이런 과정 없이 ‘스무 살을 적절히 부적절하게 보내는 방법’을 냈다. 물론 아무나 소설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그 소설을 책으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작가의 경우 출판사에 직접 투고한 후 내부 검증을 거쳐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됐다. 등단 경력 없는 작가의 책을 기꺼이 낸 출판사도, 그리고 직접 출판사를 공략하고 길을 튼 작가도 대단하다.
김 작가는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부분은 기성의 때가 묻지 않은 작가의 재기발랄함으로 채우려 했다”며 “어떤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나의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하며 내가 얻게 된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이 책을 내고 김율 작가가 얻은 대중으로부터 얻은 가장 큰 찬사는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였다. 이미 김 작가는 두 권의 책을 더 기획 중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이것으로 ‘20대 김율’은 끝이다.
“총 세 권의 책을 쓰고 더 이상 쓰지 않으려 한다. 책에는 작가의 경험과 고민이 담겨야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살며 쌓아둔 자산으로는 세 권 정도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 후에는 ‘30대 김율’의 글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시금 채우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