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미국 보스턴 비컨 힐 자택에서 미국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미국 보스턴 비컨 힐 자택에서 미국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① 밀착하는 美·日동북아 질서 주도 의지 표명
안보·경제 확고한 동맹 구축
韓日관계 개선 美압박 커질듯

美中-美日-中日 3차 방정식
한국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미·일 신(新)안보동맹 시대가 개막했다. 미·일 양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6일∼5월 2일 미국 방문을 계기로 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고 공식 설명할 정도다. 종전 70년을 맞은 올해 미·일 관계가 질적인 변화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미·일 양국이 북핵 위협과 중국 급부상에 대응해 향후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명한 것으로,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한국 외교에는 최대의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중, 미·일, 중·일 간 복합적인 3차 방정식에서 한국만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중심은 일본”이라고 공개 천명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에번 메데이로스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24일 “아베 총리의 방문은 우리의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단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메데이로스 보좌관의 이날 발언에는 미국의 일본 중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 정부 수반의 공식방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며, 미국 정부로는 2006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역사적 방문”이라고 치켜세웠다. 27일 예정된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회의)에 대해서도 “역사적”이라는 표현을 남발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역시 “미·일 동맹은 아·태 지역 동맹 네트워크의 중심”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데이로스 보좌관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으며, 더 건설적인 한·일 관계가 동북아 평화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미국의 대(對)일본 중시 정책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시되는 배경이다.

특히 일본의 ‘보통국가화’ 추진이 27일 워싱턴에서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동북아 질서는 상당한 질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 어디에든 파병이 가능해지면서 미국의 대중 봉쇄 교두보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매년 500억 달러씩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이 전후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29일)을 허용한 이유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으로 미·일 양국은 안보·경제 모두에서 확실한 동맹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국에는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의 전개를 도움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재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왔던 한국 외교기조 전반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8월 원폭 피해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게 되면, 과거사 문제를 주장해온 한국으로서는 더욱 외교적 고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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