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기’란 머리를 땋은 후 묶는 끈을 말하지만 사람들은 새의 길게 늘어진 머리깃을 댕기머리에 비유해 ‘댕기머리물떼새’ ‘검은댕기해오라기’ 같은 예쁜 새 이름을 붙였습니다. 댕기흰죽지는 월동을 위해 북쪽에서 내려오는 겨울철새입니다. 3월 말이면 대개의 겨울철새들은 한반도 북쪽 번식지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서른 마리쯤 되는 댕기흰죽지가 강원 고성 화진포호에 모였습니다. 자료를 찾아봤더니 최근 한국의 습지에서도 번식한 기록이 있는 겁니다. 아하, 그렇다면 녀석들은 북쪽 번식지로 돌아가지 않고 환경이 좋은 화진포호 습지에서 번식하려는 모양입니다. 댕기흰죽지는 습지에서 수생생물을 먹고 삽니다. 둥지는 습지 주변 풀숲에 만들고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530종이나 되는 한국의 새를 공부하다 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화진포에서 글·사진 = 도연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