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 애정…씁쓸한 현실”양말·학용품 등 친구에 돌려… 학부모들은 불필요한 신경전

경기 군포시 H 유치원에 5세 아들을 보내는 이모(여·33) 씨는 최근 유치원에서 생일 파티를 한 후 시무룩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고 속이 상했다. 3월 생일 원아 7명 중 4명의 학부모가 생일 답례품을 준비한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한 이 씨의 아들은 소외됐던 것. 이 씨는 “친구들이 답례품을 준비한 아이들에게만 우르르 몰려가 아들이 속상해했다”며 “직장 생활이 바빠 학부모들과 자주 교류하지 못해 답례품 문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들에게 나쁜 엄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G 어린이집에 7세 딸을 보내는 민모(여·35) 씨도 지난해 10월 아이의 학예회가 끝나고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컵과 간식세트를 유치원 친구들에게 돌렸다. 민 씨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른 학부모들이 해서 어쩔 수 없이 주문했다”며 “답례품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거 돌잔치나 결혼식에 온 지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주던 답례품이 최근에는 학교나 유치원에서 생일 답례품·학예회 답례품·수상 답례품 등 다양해지면서 일부 학부모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아이들 사이에 답례품 때문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요 답례품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간식세트·양말 및 손수건 세트·컵세트·학용품 세트 등을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 ‘사이좋게 지내자’ 등의 다양한 문구를 적어넣고, 아이 사진을 그려 넣은 스티커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한 묶음당 평균 3000∼8000원으로,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황승연(사회학) 경희대 교수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자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지면서 부모가 자녀 일과에 개입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물량공세로 표현하는 학부모가 많아질수록 어릴 때부터 위화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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