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금품 문화가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함에 따라 현재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의 범위가 여야의 과거까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도 8명의 여권 핵심 인사의 이름이 담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국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엄정한 수사로 국민의 의혹 사항을 밝혀야 한다”며 “누가 연루됐든 부패를 불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인사를 포함해 누구든지 수사 단서가 확보되면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품 문화가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성완종 리스트에 국한하지 않는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비밀장부를 찾을 경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정·관계 인사가 연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금까지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 자택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통해 장부가 남아 있으면 8명에 대한 ‘복기 기록’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작성된 ‘비자금 출납 장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최근 복기 기록을 남겼다면 유서와 함께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성 전 회장 측근들이 성 전 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 주요 증거를 인멸·은닉했기 때문에 특정인에 대한 기록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3월 18일과 25일 경남기업에서 열린 측근들 간의 대책회의 후 은닉된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경험이 있는 핵심 측근 3인이 증거 은닉을 주도한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모(47)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 이용기(43) 경남기업 홍보부장 등이 현재 주요 수사대상이다. 정 팀장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 경력이 있고, 박 전 상무도 추미애 새정치연합 의원 등의 비서를 지낸 바 있다. 이 부장은 정 팀장과 함께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역임했다.
검찰은 이들을 철저히 분리해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전략으로, 서로 어떤 진술을 하는지 모르게 하면서 이들이 은닉한 증거를 하나씩 찾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현재 “비자금 장부 등은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번 수사의 성패는 사실상 이들의 ‘입’에 달린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검찰이 비밀장부를 찾아낸다면 수사는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단서가 확보될 경우 검찰 수사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에서 밝히지 못한 사안이 특검에서 밝혀질 경우 검찰은 조직적 위기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전방위적 주변 인물 소환조사를 통해 최대한 의혹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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