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전남 곡성군 죽곡면 강빛마을에서 주민 황민영, 강대기, 김수진(왼쪽부터) 씨가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살다가 2013년 4월 문을 연 이 은퇴자마을로 이사 왔다.
지난 22일 오후 전남 곡성군 죽곡면 강빛마을에서 주민 황민영, 강대기, 김수진(왼쪽부터) 씨가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살다가 2013년 4월 문을 연 이 은퇴자마을로 이사 왔다.
③ 귀촌·귀농 ‘1박2일 체험기’전남 곡성 ‘은퇴자마을’

지난 22일 오후 전남 곡성군 죽곡면 ‘은퇴자마을’ 강빛마을에 들어서니 109채의 유럽풍 가옥이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을 앞을 흐르는 대황강이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진 풍광이 자못 수려하다. 코끝을 스치는 맑은 공기는 도시에서와 달리 심호흡하기에도 부드럽다.

분양은 2년 전 완료됐으나 상시 거주하는 주민은 39가구라고 한다. 나머지는 주말에 이용하거나 은퇴를 대비해 사놓은 집들이다. 45채는 민박(펜션)으로 활용되고 있어 그중 한 곳에 여장을 풀었다. 가옥의 면적(1층 66㎡·2층 33㎡)과 구조는 동일했다.

부녀회장 김수진(62) 씨는 마을 내 공동취사장 형태의 식당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1박 2일 일정으로 마을에 온 손님 20여 명을 위한 식사”라고 했다. 아욱된장국과 버섯볶음, 깻잎겉절이 등 7가지 반찬을 만들던 김 씨는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나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의 귀띔처럼 김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은퇴 후 생활의 참맛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50년 가까이 서울과 인천에서 살았던 김 씨는 교직에서 퇴직한 남편 강대기(66) 씨와 함께 2년 전 이곳에 왔다. 마을을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거나 주민 잔치를 위해 많은 분량의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늘 그의 몫이다. 그의 집은 1주일에 한 차례 정도 ‘동네주막’이 되기도 한다.

김 씨는 평소엔 마을 공동텃밭의 3분의 1가량을 일궈 더덕, 양파 등 수확한 농작물을 주민들과 나누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김 씨는 “도시 사람들은 심심하지 않으냐고 묻는데, 사실 심심할 새가 없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강 씨는 평소처럼 이날도 3시간가량 자전거를 타고 마을에서 15㎞ 정도 떨어진 가정역(전라선 폐역)을 다녀왔다.

이창순(68) 씨는 집 주변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금융기관에서 퇴직하고 충남 서산의 바닷가에서 7년 살다가 지난해 7월 이곳에 왔다고 했다. 텃밭에는 파, 쑥갓, 부추, 곰취, 명이, 도라지 등이 심어져 있었다. 그는 “40가지 종자를 구해 24가지를 심었다”며 “농사 경험이 전혀 없지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화분에도 심고 노지에서 재배해 보고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이 씨는 “이곳에 온 뒤 몸무게가 4㎏가량 줄었고 12년간 먹었던 혈압약도 끊었다”며 활짝 웃었다.

주민 7∼8명은 곡성군 문화센터가 개설한 노래·드럼교실 등에 다니거나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었다. 마을 부촌장을 맡고 있는 진재학(57) 전 한겨레 논설위원도 이날 곡성읍내로 나가 드럼을 배우고 저녁 늦게 귀가했다. 진 씨는 “고교·대학 선배인 고현석(72·전 곡성군수) 촌장과의 인연으로 2년 전 개촌할 무렵에 왔다”고 했다. 지난해 군 문화센터에서 드럼을 배운 고진석(64) 씨는 올 들어 컴퓨터 엑셀프로그램과 영어회화 등에 도전하고 있다.

다음날 오후가 되자 부녀회장 김 씨는 곡성 5일장에서 영양부추 모종과 생강을 사와 남편 강 씨와 함께 공동텃밭에 심었다. 황민영(72) 사단법인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도 이날 곡성장에서 포도나무와 주목 묘목을 사와 집 주변에 심었다. 은퇴한 의사 김영하(70) 씨도 “구례, 곡성, 석곡 등지에서 5일장이 서는 날에는 반찬거리를 사러 간다”고 했다.

강빛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70대이지만 송모(38) 씨처럼 30대도 있다. 그는 1년 6개월 전부터 인근 농촌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3년 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곡성으로 내려와 빈집을 구해 살다가 지난해 강빛마을로 이사를 왔다. 송 씨는 “월급이 120만 원에 불과하지만 아내와 두 식구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지금의 전원생활이 더 좋다”고 말했다.

곡성=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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