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북 영천시 화남면 선천리 과수원에서 귀농인 양치홍(왼쪽) 씨가 과수전용방제기 작동법을 가르쳐 준 이종정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팀장과 함께 환히 웃고 있다.
지난 23일 경북 영천시 화남면 선천리 과수원에서 귀농인 양치홍(왼쪽) 씨가 과수전용방제기 작동법을 가르쳐 준 이종정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팀장과 함께 환히 웃고 있다.
문화일보 박천학(왼쪽) 기자가 귀농인 양치홍 씨의 도움을 받아 과수전용방제기를 몰고 있다.
문화일보 박천학(왼쪽) 기자가 귀농인 양치홍 씨의 도움을 받아 과수전용방제기를 몰고 있다.
③ 귀촌·귀농 ‘1박2일 체험기’경북 영천 양치홍씨 과수원

지난 23일 오후 2시 경북 영천시 화남면 선천리 냇가 옆에 위치한 양치홍(49) 씨의 과수원. 양 씨가 땀을 흘리며 과수전용방제기(SS기)로 복합미생물제를 사과나무 밑에 뿌리고 있었다. 기자는 얼른 과수원 옆 농막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가갔다.

양 씨는 2012년 2월 귀농했다. 그에게 “하루 동안 귀농체험 신세를 진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농사를 지으려면 기술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제대로 체험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 씨가 500ℓ짜리 방제기에 미생물제와 물을 담아 섞은 뒤 운전하면서 살포하던 중 잠시 쉴 것을 권유하고 운전석에 올랐다. 이후 10여 분 동안 방제기 작동방법을 배운 뒤 직접 살포에 나섰다. 그러나 10m도 채 못 가서 멈춰야 했다. 운전이 미숙해 자칫 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이다. 이후 기자는 양 씨가 운전하는 방제기 뒤를 따라다니며 허드렛일만 했다.

그러던 중 이종정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팀장이 찾았다. 귀농인들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그는 방제기 작동법을 양 씨에게 반복해서 가르쳤다. 이 팀장은 “요즘은 방제기를 비롯한 농기계가 다양하게 있으며 관련 기관에서 임대도 한다”며 “농기계 작동법만 제대로 익혀도 농사가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대구에서 사업을 하다 아내(42)와 함께 귀농해 1만여㎡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사과밭이 지대가 낮아서 2억 원을 들여 성토를 하는 등 각종 비용을 들여 과수원을 조성했다. 그는 “실패를 염두에 두고 귀농해야 한다. 특히 각종 융자를 얻어 집과 땅을 장만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저리로 융자를 해도 모두 빚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3년에는 매출이 억대였지만 지난해에는 곤두박질쳤다.

4시간여에 걸친 작업을 마치고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전형적인 농촌 기와집에 넓은 마당과 텃밭이 있었다. 구경도 잠시, 그는 발길을 재촉해 이웃에 사는 귀농인 박정하(41) 씨 집을 찾았다. 화남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귀농인 4명이 모여 사과작목반 구성과 판로를 논의했다. 회의 도중 농촌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문제가 거론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영천지역 인건비가 5000원 인상돼 7만5000원 정도 될 예정이어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양 씨는 인건비로 지난해 1500만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오후 9시쯤 박 씨의 집을 떠나려고 하자 박 씨의 초등학생 아이 2명이 인사를 했다. 이들은 인근 학교에 다니는데 8세 여자아이는 “1학년 전체 학생이 단 1명으로 저 혼자예요”라고 말했다. 양 씨는“젊은 층은 귀농을 하려면 자녀 교육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튿날 오전, 당초 7시부터 체험을 하기로 했으나 양 씨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30분 앞당겨졌다. 이날은 새를 쫓기 위해 사과나무에 줄을 치는 작업을 했다. 오전 10시쯤 농막에서 컵라면을 새참으로 끓여 먹었다.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했지만 일을 한 탓인지 허기가 져서 꿀맛 같았다. 이어 1시간 동안 작업을 더 했다. 허리와 다리 등 온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양 씨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농사 2년 짓고 나면 성한 곳이 없어 농업은 젊은 층에도 호락호락하게 내주는 직업이 아니다”며 1박 2일 귀농체험을 한 기자와 작별인사를 했다.

영천=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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