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정수복 ‘도시를…’
서울 곳곳서 보고 사유한 일상의 풍경 33선 담아내
-건축학도 정대인 ‘논란의…’
한때 인디밴드 가수로 활동… 파리 에펠탑 모든것 풀어내
사회학자 겸 작가 정수복(60) 씨와 인디밴드 가수 출신의 건축학도인 아들 정대인(28) 씨.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책을 냈다. 아버지는 서울 곳곳을 걸으며 보고, 느끼고, 사유한 것들을 담아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왼쪽 사진)를 냈고, 아들은 파리의 상징 에펠탑에 대한 모든 것을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문학동네·오른쪽)에 풀어냈다.
두 책의 거리는 서울과 파리 사이 9000㎞. 하지만 이들 부자는 책의 출발점을 공통적으로 ‘이방인’이라고 했다.
파리사회과학 고등연구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다 2012년 10년간의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거처를 옮겼지만 여전히 파리를 기억하는 이방인 사회학자가 본 서울이고, 3장의 앨범을 낸 인디밴드 ‘레세일즈’ 보컬로 활동하다 건너간 파리에서 서울을 떠올리는 청년 이방인이 본 에펠탑이기 때문이다.
유학을 떠난 파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 2002년 변화를 꿈꾸며 파리로 거처를 옮겼던 정수복의 공간을 정리하면 서울-파리-서울-파리-다시 서울. 파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고·대학교를 다닌 정대인의 공간은 파리-서울-파리-서울-다시 파리이다. 파리 말라케 국립 건축대에서 마스터 과정을 다니다 책 출간에 즈음에 잠깐 귀국한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28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파리에서 10년 동안 살다 서울에 오니 특이한 것들, 이상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학생 때도 그런 경험을 했는데, 6개월, 1년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놓치지 않으려 스냅사진 찍듯 기록했다. 100개가 넘었는데, 이번에 33개 장면을 골라 엮었다”(정수복)
책에 엮인 서울 33경은 명소나 맛집 풍경이 아니다. 여자 친구의 가방을 들고 있는 청년, 남자 친구의 상의를 들고 있는 여성, 지하철 앞에서 찬거리를 파는 할머니, 횡단보도 풍경, 먼지와 소음까지.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 속 사람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 과거에서 벗어나 새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리되지 않았다”는 정수복 씨의 눈에 비친 서울은 당연히 파리라는 감각에 비친 서울이다.
“여자 친구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자는 파리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파리 사람들은 연인이라도 개인 소지품을 맡기며 의지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서울 연인들은 서로에서 모든 것을 맡기고 완전한 하나가 되어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정대인 씨 역시 “파리에서 10년 넘게 지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기는 마찬가지. 그렇기에 어렸을 때부터 봐온 에펠탑을 통해 파리의 문화·사회·역사를 훑어내리면서도 사이사이 난개발의 서울 풍경 등을 떠올린다.
이들이 본 두 도시는 어떻게 다를까. “파리는 서울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 파리는 걸으며 느끼기 좋은 도시라면, 서울은 지하철로 움직이기 좋은 도시다. 사람들 표정도 다르다. 서울 사람들은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비슷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소 오만해 보일 정도로 개성적이다. 파리는 낡고 지저분하지만, 뭔가를 느끼게 하는 아우라가 있다면 서울은 관리형 도시로 깨끗하고 편리하다.”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파리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말할 정도로 과거를 지키려 하지만 제약이 너무 많아 새로운 것을 하기 힘들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들은 서울과 파리의 건축에 대한 책을 함께 쓸 계획이었지만 밴드 활동에 바쁘다 파리로 건너간 아들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무산됐다.
결국 서울과 파리에서 각각 책을 내놓은 이들 부자는 서로의 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첫 책이니까 이제 겨우 싹이 난 형태다. 아이가 첫발을 뗀 것이다. 아이가 넘어지면 한국 사람들은 일으켜 세워 주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앞으로 기다려 보겠다.”(정수복)
“아버지의 책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없다. 다만 아버지가 오랫동안 해온 글쓰기 작업을 하면서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됐고, 동질감을 느꼈다.”(정대인)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