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사막 한가운데 초록빛 그린은 희망을 의미한다. 정확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볼은 무엇인가에 부딪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삭막한 사막 한가운데 초록빛 그린은 희망을 의미한다. 정확하게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볼은 무엇인가에 부딪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연둣빛 잎을 내밀며 수줍게 피어나는 봄 나무들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자연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아기 속살처럼 보드라운 잎들이 기지개를 켤 때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시범라운드를 하고 있는 골프장에 가서 연녹색 향연에 또 한 번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골프장에서 둘러본 산꼭대기는 연둣빛, 진한 연두, 연분홍빛, 흰색, 노랑, 녹색 등 새로 나온 나뭇잎과 꽃들이 어우러져 형형색색으로 생명예찬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때 한 통의 카카오톡을 받았습니다. 한국골프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환(지적장애 1급) 학생이 2015년도 마카오 스페셜올림픽 국제골프대회에 참가해서 우승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환이의 카카오톡 소식을 듣고 나니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정상인들도 힘들다는 골프대회에서 그것도 당당히 금메달을 딴 지환이가 대견해 보입니다.

졸업 후 실내골프연습장을 차리는 것이 꿈인 지환이는 오늘도 그 꿈을 위해 하루 4시간씩 골프연습 중입니다. 참 값진 금메달이란 생각에 마음 뭉클해 옵니다. 남들보다 빨리 이해하지 못하지만 수없는 반복과 노력으로 골프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11개국의 11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모두 지적, 자폐성장애인 선수들이 모여 자웅을 겨뤘습니다. 이들 선수가 제대로 골프를 할까 하는 걱정은 기우입니다. 일반 선수들처럼 참 모범적으로 룰과 에티켓을 지키면서 골프 플레이를 합니다. 그렇기에 지적, 자폐성장애인의 골프 도전은 더욱 아름답고 훌륭합니다.

미국 작가 엘리스 워커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 동물도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봄볕에 빛나는 작은 잡풀과 잡목도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골프가 반드시 일반 골퍼와 프로선수들을 중심으로만 돌아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린 어려운 역경과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이들의 도전과 성공에 박수 쳐 주고 그 의미를 생각해 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겐 쉬운 성공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서 성공시킨 값진 신의 선물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때론 그림자처럼 때론 나무처럼 묵묵히 손이 되고 발이 되어준 부모님에게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 마음’이란 시를 바칩니다.

“아버지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이 찬란한 봄,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자연이 뿜어내듯이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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