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이 최근 42년 만에 타결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만큼 원자력산업이 크게 발전한 나라는 없다. 양국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한국의 원자력산업 환경에 걸맞게 원자력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4년 6개월에 걸쳐 정부 간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왔다. 그 결과, 새 협정은 양국이 평화적 원자력 이용에 있어 현실적이면서도 전진적인 파트너십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이 된 한국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23기로, 설비용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한국은 1978년 국내 최초 원전(原電)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으며, 지난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하면서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꽃을 피웠다.
원전 수출이 우리에게 주는 이득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플랜트 수출을 넘어서 설계, 기자재, 부품, 발전소 운영 및 유지·보수 등 그 패턴이 복합적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건설 및 운영 기간, 70년 이상의 장기간 국부를 창출하는 최고의 신(新)성장동력임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여러 연관 산업 분야에 대한 파급 효과는 물론 외교·안보적 의미도 커 국가 전반에 걸친 영향은 지대하다. 실제로 UAE 원전 수출은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향상뿐만 아니라 총 4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11만여 개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원전 수출 전선의 한복판에 서 있다. 최근 세계 원전 시장은 전통적인 원자력 강국인 미국, 프랑스 및 일본 등이 UAE 패전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도 파격적인 지원을 앞세워 필사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공사(KEPCO)’ 브랜드는 세계 각국에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보다 전략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은 이같이 어렵고 고착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협정 개정이 당장 원전 수주를 앞당길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전세 속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수주 가능성을 키우는 매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새 협정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원전 수출에 있어서 미국의 포괄적 사전 동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간소화됨에 따라 치밀하고 면밀한 준비와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과 같이 제3시장 원전 수주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정된 원자력협정의 새로운 발효를 계기로 세계의 원전 시장을 무대로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여 나가면서 지속적인 원전 수주 노력을 해 나가야 할 때다. 우리 정부와 업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UAE 같은 승전고를 울려야겠다.
마침 한국전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순방에 발맞춰 브라질전력공사 및 브라질원자력공사와 원자력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MOU는 양국 간 다각적인 원자력 협력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앞으로 협력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의 한·미 원자력협정 가서명 시기와 비슷한 시점에 얻은 이러한 성과는 우리와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남미까지 우리의 원전 수출 경쟁력을 과시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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