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 논설위원

얼마 전 서울 명동의 한 감자탕 집에 들렀다가 무척 당황했던 일이 있다. 얼큰하고 구수했던 이 집의 감자탕 맛이 이전과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국물은 끈적끈적한 데다 조미료를 듬뿍 넣어서인지 맛은 다디달았다. 종업원에게 “맛이 왜 이러냐”고 물어봤다. “중국인이 이 맛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게 즉답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절반 이상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였다. 불황에 찌든 우리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식의 참맛까지 ‘종속’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요우커의 힘’이 제주도는 물론 명동, 홍익대 앞, 이태원 등지 상점들의 영업 패턴을 확 바꿔놓고 있다. 백화점이 연중무휴인지 오래다. 면세점 진열대엔 명품 의류 브랜드가 밀려나고 화장품, 가방, 교육용품이 그 자리를 꿰찼다. 중국인 속설을 활용한 상술도 유행이다. 호텔·백화점·화장품 가게 주변은 온통 이들이 선호하는 빨간색과 8(八)자 일색이다. ‘땅값 비싼 곳에서 사진 찍으면 큰돈 번다’고 믿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금싸라기 땅 위의 매장’임을 알리는 간판도 등장했다. 큰손인 ‘서상커(럭셔리 관광객)’ 전담 매장도 성업 중이다.

이런 요우커 업종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관광객 증가율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2%였던 방한 요우커 증가율은 4월 10∼1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평균 52.5%, 2014년 41.6%에 달하던 증가세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요우커 이탈의 ‘주범’은 바닥모를 초엔저(低)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방일 중국 관광객은 급감하거나 정체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전년 대비 83.3%나 폭증했고, 지난 1분기에도 90% 이상 늘었다. 일본 정부가 펼치는 전방위 관광산업 규제 완화책들도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턱없이 부실한 관광 인프라, 엉터리 성형, 바가지 상품, 중국인을 얕보는 문화 등은 ‘종범’이다.

중국의 3대 연휴 중 하나인 노동절 휴가가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이어진다. 요우커를 붙잡으려는 국내 유통·여행·은행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요우커 유치 등을 위한 대대적인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재탕 삼탕의 구름 잡는 헛 대책이 아닌 관광산업의 밑그림부터 다시 그리는 알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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