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서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선거 변수가 사라지면서 검찰이 고려해야 하는 외부 요인이 없어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리스트의 실체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팀의 고민은 여전히 깊은 모습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외부 변수에 신경 쓰지 않고 수사 논리대로만 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정치권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을 밝히는 수사이기 때문에 선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수사팀이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수사를 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가 종료됨에 따라 수사 진행 속도에 따라 정치인들을 차례로 소환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외부의 큰 변수가 사라진 것은 맞지만, 수사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발생한 ‘강서구 재력가 송모 씨 피살사건’ 당시에도 리스트가 나왔지만 처벌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금품 공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리스트’만 남아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비슷한 점이 많다. 살해된 송 씨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 동안의 금품로비 내역이 날짜·금액·인물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는 장부를 남겼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피살 재력가 송 씨의 비밀장부에 기재된 수십 명 중 송 씨 살해를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 1명만 기소하고 올해 초 수사를 종결했다.

송 씨가 사망한 상태에서 장부만 갖고 기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는 송 씨의 장부보다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검찰로서는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재현해야 하는 숙제가 남은 상황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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