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런 거야?”
아침부터 일본 언론은 폭파범이 한국군 특공대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일본 측은 한국과 대마도의 거리가 49㎞밖에 안 된다는 것을 한 번도 강조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든 언론이 ‘그것’을 입에 ‘달고’ 있다. 고속정으로 30분 거리라는 것이다. 특공대가 폭파하고 소형 보트로 돌아가면 위성에서도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CNN은 대놓고 ‘한국군 특공대’라고 방송했다가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특공대’로만 불렀는데 이미 엎어진 물그릇이다. 이러니 한국민들도 슬슬 그것을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느 종편에서 인터뷰 장면을 방영했는데 ‘대전의 시민’이 ‘우리 특공대’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군이 3000척의 배로 대마도를 덮치는 일만 남았다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때 제1차장 신현기가 입을 열었다.
“일본의 자작극입니다.”
둘러앉은 10여 명의 간부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오전부터 한국군과 정보기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기출이 시선만 준 것은 그렇다면 그 증거를 내놓아 보라는 표시다. 신현기가 말을 이었다.
“폭파범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쎄, 그것이.”
박기출이 입맛 다시는 소리를 냈다.
“그거, 철학적인 이야기인데.”
다른 때 같으면 그 말에 웃음을 띨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박기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증거를 내놔 봐! 증거를! 우리가 안 했다는 증거를 말이야! 흔적이 없다는 것이 일본 측 자작극이라고? 그게 말이 돼?”
모두 어깨를 늘어뜨렸지만 말은 된다. 폭파범은 CCTV를 교묘하게 피해서 폭발장소 근처의 CCTV에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았다. 일본 정부에서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측은 그것이 한국군 특공대의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때 말석에 앉아 있던 대공국장 이영섭이 머뭇대다가 말했다.
“히다카쓰 해상보안서 소속의 다나카라는 자가 폭발 당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가 나중에 밖에 있었던 것이 밝혀져 가족들이 안도했다는 보도가 났습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이영섭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55세의 이영섭은 국정원 근무 27년이다. 대부분 동기는 퇴직했고 이영섭도 내년에 명퇴하고 신의주로 갈 예정이다.
“다나카는 숙직자로 알려졌거든요. 그런데 일본 언론은 이후 일절 다나카에 대한 보도가 없습니다.”
박기출이 머리를 끄덕여 보인 것은 계속하라는 표시다. 이영섭이 말을 이었다.
“대마도의 요원에게 다나카가 왜 밖에 있었는지를 알아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렇지.”
어깨를 편 박기출이 정색하고 이영섭을 보았다.
“귀신이 아닌 이상 밤에도 그림자는 있어.”
이건 박기출이 지어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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