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은 국회의원 4명을 뽑는 미니 선거였지만 그 정치적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민심(民心)은 2012년 정권 탈환에 실패하고 연전연패하는 야당에 근본적 쇄신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고전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패배의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성남 중원에서 여당 후보가 55% 이상 득표한 것은 ‘구도’의 탓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광주 서을에서 거의 더블스코어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큰 표차로 승리한 것은 내부 갈등과 공천 실패에 기인한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1주기와 겹치고, 성완종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낙마하는 등 여당에 정치적 악재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야당은 전패(全敗)했다. 이는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여전히 매우 취약함을 재확인시켜 준다. 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후 ‘경제·안보 정당’과 ‘이기는 정당’을 강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도 북한 책임을 거론했다. 한때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을 따라잡을 정도까지 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민생 현안보다 정권 심판으로 돌았다. ‘성완종 특사’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 떠넘기고 세월호 폭력 사태에도 공권력의 편에 서지 않았다. 국민은 문 대표와 친노(親盧) 진영의 변화 진정성을 의심했고, 박 정권 아닌 ‘문재인 야당’을 심판한 것이다.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광주 서을과 ‘서울의 호남’이라는 관악을에 친노 후보를 세웠고, 결국 경쟁력 없는 후보로 판명났다. 이들 공천과 관련된 불만 수습에도 실패했다. 유력 인사들의 탈당을 방치하다시피 했고, 호남에는 아무나 공천해도 된다는 인식을 주어 호남 유권자들을 화나게 했다. 꼼수로 친노 패권주의를 더 굳히고 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이런 상태라면 1년 앞의 총선도, 그 다음 해의 대통령선거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득표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2012년 대선 패배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호남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화 조짐까지 보인다. 진정으로 야당을 살리려면 문 대표가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사즉생(死卽生)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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