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샹떼 / 강신주·이상용 지음 / 민음사

영화를 오락쯤으로 여기던 철학자. 그리고 그 철학자를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영화평론가. 두 사람이 만나 영화를 ‘읽는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다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에 ‘기승전결’을 한번 만들어 보자며. 왜 영화일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만큼 우리에게 기승전결의 감각을 잘 가르쳐주는 매체도 없다.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찔한 영상과 음향으로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발전하고 이렇게 변하고, 그래서 이렇게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4쪽)

저자들은 세계 영화사의 걸작 25편을 골랐다. 좋아하는 영화의 장을 먼저 펼쳐보는 것도 괜찮지만, 이 모든 게 기승전결의 감을 기르는 과정임을 염두에 둔다면 목차대로 볼 것을 권한다. 영화의 배열 순서에도 이유가 있으니.

책은 단편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시놉시스를 먼저 선보인 후, 작가(감독)를 고찰한다. 그리고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됐던 ‘시네토크’, 같은 영화에 대한 두 개의 시선 ‘철학자의 눈’(강신주·사진 오른쪽)과 ‘비평가의 눈’(이상용·왼쪽)까지…. 지적 상상력을 깨우는 영화 읽기가 장마다 촘촘하게 펼쳐진다. 연대기 순으로 나열된 굵직굵직한 영화들을 통해 세계 영화사를 한눈에 꿰뚫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전함 포템킨(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모던 타임스(찰리 채플린)를 통해 ‘영화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게임의 규칙(장 르누아르), 사랑은 비를 타고(진 켈리, 스탠리 도넌), 동경이야기(오즈 야스지로) 속에서 사려 깊게 삶을 어루만지는 영화의 기능을 곱씹는다.

사이코(앨프리드 히치콕), 하녀(김기영), 미치광이 피에로(장뤼크 고다르)에 이르면 영화는 욕망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루이스 부뉴엘)에서 관찰할 수 있는 욕망은 이런 것. “여러 부르주아 캐릭터를 ‘영화’라는 무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지켜보게 만든다. 하지만 꿈 혹은 영화를 벗어나 현실에서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신분과 돈과 복장에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567쪽)

1970∼2000년대 영화를 다룬 마지막 장은 불안한 시대에 방황하는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영화 제목을 들으면 친근함이 먼저 밀려온다. 섹스 앤 더 시티(우디 앨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아바스 키아로스타미), 붉은 수수밭(장이머우),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아직 기억이 생생한 ‘최신’ 영화다.

이 노련한 저자들은 마지막 영화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골랐다. 최정상까지 올라갔던 30대 여성 복서가 전신 마비의 상태로 ‘추락’하며, 존엄한 죽음을 택하는 이야기. 책은 이를 통해 삶의 기승전결 중 ‘결’을 논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질문하게 된다. 무엇이 더 아름다운 삶인가? 무엇이 더 명예로운 삶인가? 그냥 인간이라면, 버티고 견디는 것 또한 삶이지 않겠느냐고? 답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우리는 알고 있다. 종종 버티기보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또한 보다 인간답게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을. ”(835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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