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기자 안나 아렐이 히잡과 젤라바(북아프리카와 아랍국가에서 여성이 입는 두건과 긴 소매가 달린 외투)를 걸치고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접속해 IS 대원 아부 빌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프랑스 방송화면 캡처.
프랑스 여기자 안나 아렐이 히잡과 젤라바(북아프리카와 아랍국가에서 여성이 입는 두건과 긴 소매가 달린 외투)를 걸치고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접속해 IS 대원 아부 빌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프랑스 방송화면 캡처.

지하드 여전사가 되어 / 안나 에렐 지음 / 박상은 옮김 / 글항아리

지난 1월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족들은 김 군이 7박 8일간 터키로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김 군은 집을 나서기 전 책상에 ‘Joint IS’라는 쪽지를 남겼다. 경찰과 정보당국의 조사에서도 김 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IS 관계자와 비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은 현재 IS에서 전사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에선 김 군이 유일한 IS 가담자로 확인되지만, 전 세계에는 많은 ‘김 군’이 있다. 유럽 언론은 매주 IS의 일원이 되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는 청소년들의 소식을 전한다. 지난해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각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범위에서만 프랑스 63명, 영국 50명, 독일 40명, 오스트리아 14명의 젊은 여성이 시리아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 일간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약 80개국 1만5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IS 전투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IS가 젊은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만든 트위터 계정만 4만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여기자 안나 에렐(가명·30)은 수많은 청년들이 광신자로 변해 일상과 가족을 버리고 시리아행을 택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해 기자가 된 이 신출내기의 위험천만한 취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IS로 떠난 이들과 남겨진 가족을 주로 취재해왔던 그는 직접 IS를 추종하는 20세 여성 ‘멜로디’로 위장해 IS 관계자에 접근하기로 한다. 그는 월트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당신이 한 짓을 똑같이 받게 될 것이다’는 선동 슬로건을 띄웠다. IS의 활동을 담은 영상물이나 기사도 수시로 공유했다.

결국 한 인물이 미끼를 물었다. 37세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아부 빌렐. 프랑스 출신 빌렐은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오른팔이자 모집책이었다. 꽤 묵직한 거물이 걸려든 셈이다. 책은 ‘멜로디’로 분한 에렐과 빌렐의 이야기다. 에렐은 빌렐과 나눈 한 달간의 채팅을 통해 지하디스트의 폭력성과 이율배반적 행위, 청소년 모집 방식 등을 폭로한다.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이들은 거의 매일 서로를 마주 봤다. 빌렐이 에렐에게 사랑고백을 한 것은 겨우 48시간 만의 일이다. 세 명의 부인과 세 아들을 숨긴 채 그는 노골적으로 IS 가담을 권유한다. 달콤한 말들과 함께 천국에서 여왕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꾄다. “너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악에서 너를 빼 내오고 싶다. 나를 만나면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천국을 보게 될 거야. 알라를 위해 그리고 알라 앞에서 너를 사랑한다고 맹세해.”

하지만 빌렐은 자신의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넌 나(남성)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된다”거나 “명령은 내가 한다”며 남성 우월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타 종교에 배타적인 모습도 서슴없이 표출한다. 그는 “쿠파르(이교도)는 하람(금기)”이라면서 “쿠파르를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 바로 알라께 봉사하는 길”이라고 한다. 결국 에렐은 추가 취재를 위해 시리아 국경 근처로 떠나지만, 생명의 위협 등 여러 난제로 인해 중간에 포기한다. 이때 목적 달성에 실패한 빌렐은 에렐에 복수를 선언을 하는 등 테러리스트의 면모를 그대로 노출한다.

현재 빌렐은 전투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에렐은 IS 파트와(이슬람 수니파의 복수)의 표적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 인터넷 동영상에는 베일을 쓴 그녀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뜬다. “혹시 세상 어디에서 그녀를 만난다면 이슬람법에 따라 그녀를 죽여라.(중략) 그녀를 강간하고, 돌로 때려죽이고, 숨을 끊어버려라. 인샬라(신이 원하신다면).”

취재 과정에서 자주 심리적 불안에 시달린 에렐은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IP를 교란하고 일회용 폰을 사용해 취재했지만, 살해 위협이 이어져 경찰의 보호를 받는다. 이름을 바꾸고 이사와 휴대전화 번호 변경도 반복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프랑스 방송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책의 서술 방식은 일기에 가깝다. 취재 내용뿐 아니라 저자의 시시콜콜한 일상얘기가 많이 녹아 있다. 이것이 책의 고갱이를 읽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아니면 생동감을 더하는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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