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패소땐 25억 달러 벌금
페이스북은 ‘정보보호법’ 조사
지난 5년 EU 反독점위반 판결
총 30건 중 21건 ‘美기업 타깃’
디지털 시장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유럽사법재판소(ECJ)에 공식 제소한데 이어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넷플릭스, 스카이프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에 대한 조사와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 제소를 계기로 유럽과 실리콘밸리 간의
경쟁과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된 것은 EU대 구글의 싸움이다. 마르그레테 베르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5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을 제소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5년 동안 구글의 독점행위를 조사해왔던 EU는 구글이 유럽의 반독점법을 위반했으며, 휴대전화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와 관련해서도 부당한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유럽 인터넷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이 경쟁사로 갈 트래픽을 자사 서비스로 우회시켜 이익을 챙긴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구글은 연간 수입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구글의 매출이 660억 달러였던 것을 기준으로 할 때, 10%에 해당하는 66억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의회는 지난 2014년 11월 구글을 검색 사업과 다른 부문으로 분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EU는 구글의 탈세행위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즉 유럽 세제의 허점을 이용해 구글이 탈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잊어질 권리’와 관련해서도 EU와 구글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구글에 대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불만이 접수될 경우 당위성을 따져 필요 시 해당 콘텐츠를 검색결과에서 의무적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럽 내 28개국에서만 유효한 판결이지만,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개인의 삭제 권리를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EU대 애플의 싸움도 구글 못지않게 치열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은 29일 애플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를 통해 ‘아일랜드정부의 애플 법인세 불법 인하’ 관련, EU집행위 조사 결과가 자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EU는 지난해 9월 아일랜드 세무당국과 애플이 담합해 세금공제 명목으로 법인세 납부액을 낮췄다는 내용의 예비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U는 곧 최종 조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구글에 뒤이어 애플을 정식 제소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패소할 경우 지난 10년치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FT는 애플에 부과될 벌금이 25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가 하면 EU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밖에 EU는 페이스북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아마존에 대해서는 룩셈부르크 정부와의 법인세 경감 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 역시 유럽 각국 정부와 큰 마찰을 겪고 있다. 다만 최근 EU가 유럽 택시업계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우버의 영업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이처럼 EU와 실리콘밸리 IT기업 간의 갈등 뒤에는 21세기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럽과 미국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이 SEC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에서 보듯, IT기업들은 이 싸움에 미 정부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물론 EU는 미국 기업들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안드루스 안시프 EU집행위 디지털 단일 시장 담당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2014년 EU는 81개 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여 30건의 반독점위반 판결을 내렸으며, 이 중 21개가 미국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미국 기업만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EU의 조사는 정치 및 상업적 이익과는 철저히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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