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미·일 공동비전 성명에서 양국 정상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안보리 개혁 문제를 거론하자 대미 외교의 판정패라느니,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느니 여론의 질타가 계속된다. 이번만큼은 차가운 머리로 장기적 안목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은 경쟁국의 팽창을 억지하기 위해 제3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활용해온 미국 대외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전후 승전국과 패전국이던 미·일 관계는 중국이 공산화되자 동맹관계로 탈바꿈한다. 1970년대엔 베트남전쟁에 발목이 잡힌 미국이 소련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핑퐁외교로 중국을 불러들이더니 이번엔 중동에 발목이 잡힌 채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고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려 한다.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동북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하나같이 ‘미·일 대 중·러’의 대결 구도를 예견케 하는 것이었다. 2005년 러시아와 중국이 사상 첫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대결 구도를 가시화한 지 10년 뒤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더욱 확고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벌써 신(新)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혀 남중국해에서 양국이 공동초계활동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 것이나, 지난 월요일 아세안 10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국익과 맞아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깜짝 방문하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했음을 은근히 과시했던 2012년, 유엔 예산에 대한 우리 기여 규모가 10위권인 2.26%로 급격히 부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 일본은 우리의 여섯 배인 12.53%를 이미 부담하고 있었다. 이는 20%를 훨씬 웃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기여국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은 상임이사국을 향한 행보를 차근차근 이어왔다. 우선, 오는 10월에 있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선거 외교를 지난해부터 활발히 해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적잖은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중남미 국가들을 순방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는 안보리 개혁에 대한 공동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상임이사국 공동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아·태그룹에 속한 54개국이 일본을 단독 후보로 결정해 사실상 11번째 안보리 진출이 유력시된다. 유엔 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젠 중국의 거부권만 믿고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만간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기정 사실화할 수 있다.대북 억지를 위해 미·일과, 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실리 외교를 추구하면서도 인류 보편적 가치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나 이슬람국가(IS)의 전시여성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시점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꺼리는 국가가 결코 상임이사국이 될 수 없음도 강조해야 한다. 중재 외교의 축으로 등장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와 믿음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에서 비롯됐음도 깨닫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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