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바 해빙무드 적극 활용… 경제원조 내세워 협력 제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났다.

4일 AP 통신 등은 쿠바 공산당 청년동맹 기관지 후벤투드 레벨데를 인용해 기시다 외무상이 2일 아바나 동부에 위치한 카스트로의 집에서 피델 전 의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4월 30일 30여 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일본 외무상으로서는 처음 쿠바를 방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을 만나는 등 3박4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기시다 외무상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미·일 동맹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는 데 성공한 일본이 미국과 쿠바 간에 불고 있는 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해 쿠바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주목된다. 미국과 쿠바는 지난해 12월 국교 정상화 추진선언을 한 이후 수교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후벤투드 레벨데에 따르면 피델 전 의장과 만난 기시다 외무상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지지한다”면서 “일본과 쿠바의 외교관계도 ‘새로운 수준으로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라울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양국에 민관합동회의를 설치하는 것에 합의하고 경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로드리게스 장관과의 회담 후 “쿠바의 경제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자금협력 사업을 대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쿠바에 대한 경제 원조를 앞세워 양국 간 외교 관계 강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드리게스 장관도 “일본과의 관계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사안”이라며 “무역, 투자, 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1929년 쿠바와 수교했던 일본은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쿠바와의 관계를 단절했다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쿠바와의 국교를 회복했다. 오카니와 겐(岡庭健) 일본 외무상 대변인은 그러나 “1962년 미국이 대 쿠바 제재를 강화한 후로 일본기업들이 쿠바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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