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중국 칭다오의 바닷가 저택 응접실에서 중국 총리 리커창이 주석실 비서실장 왕원, 외교부장 우린과 함께 지금 막 들어온 서동수 일행을 맞는다. 서동수는 신의주에서 날아온 것이다. 칭다오는 오후 10시가 조금 지났다. 이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3층 저택으로 파도소리가 들린다. 인사를 마치고 차를 한두 모금씩 마시는 동안 양측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서동수는 비서실장 유병선과 안보특보 안종관을 대동했다. 오늘은 리커창으로부터 비밀리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때 찻잔을 내려놓은 리커창이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 한 대통령의 성명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세계 인민이 일본인의 잔학성에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숙였다. 그때 리커창이 말을 이었다.

“대마도 폭발 사건은 일본의 자작극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증거는 철저히 은폐하겠지요. 드러난다고 해도 노출시킨다는 것은 반역 행위가 될 테니까요.”

한국 정부가 조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색한 리커창이 서동수를 보았다.

“이 기회에 중국 정부도 일본이 군국주의 시대에 저지른 엄청난 만행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정부와 연합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서동수는 숨만 들이켰고 리커창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겠지만 미국 정부와 접촉할 것입니다. 1945년으로 되돌아가 일본을 점령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해 달라고 제의할 예정입니다.”

“…….”

“아울러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이니 개뿔이니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도 이번 기회에 중·미 정부가 함께 토의할 것입니다.”

“…….”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현재 분쟁 당사자이니만큼 당분간 참여를 보류하고 토의하겠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니까요.”

리커창의 목소리에 열기가 묻어났고 얼굴도 상기되었다.

“일본을 태평양 방위선으로 삼으려고 온갖 악행을 덮고 응원하다니, 말이 됩니까? 아베 같은 100년 전의 허접한 사무라이가 다시 날뛰게 만들어 주다니요? 일본은 지금 남북한 연합군이 쳐들어가면 사흘 안에 항복합니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을 때 리커창도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한국도 100년 전의 조선이 아니고 중국도 청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이나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누가 중국을, 미국을 침략합니까?”

갑자기 리커창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쳤으므로 모두 긴장했다.

“누가 세계를 정복합니까? 모두 50년, 100년 전의 망상에 사로잡혔고 그 사이에서 득을 보는 인간이 아베 같은 허접한 놈입니다. 분위기를 만들어 군비 확장, 제3의 세력으로 도약하려는 것이지요.”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크게 보는 지도자다. 아마 여럿의 중지를 모았겠지. 그때 리커창이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남북한이 중립국으로 남아 지렛대 역할을 해주면 됩니다. 일본을 더 이상 키워줄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1945년으로 돌아가 일본의 진솔한 사과부터 받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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