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못하고 국회만 바라봐… 與野 사이에서 존재감 없어 개혁과 국정 주요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실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정부가 뒷짐을 진 채 청와대와 국회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공무원연금 재정추계 늑장공개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에 참가했던 한 의원은 “정부 측에 자료를 요청하면 ‘휴가다, 휴일이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데다 심지어 제출한 자료도 부실해 보충을 요구하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등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재정추계는 연금 개혁 과정에서 가장 기본에 해당한다. 재정추계가 나와야 그걸 바탕으로 정부, 여·야 정치권, 공무원 노조, 전문가 등 각 논의주체들이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추계를 공개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 활동기간 90일 중 89일째가 돼서였다.

그나마 전체 공개가 아닌 부분 공개였다. 협상 시한을 단 하루 남긴 정부의 뒤늦은 재정추계 공개 때문에 대타협기구에서는 각자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정부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대타협기구에서 각 논의 주체들은 재정추계 모형이나 구조·모수개혁을 두고 허공에 뜬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박유성(통계학) 고려대 교수는 정부의 재정추계 모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것도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미공개해 벌어진 일로 뒤늦게 알려졌다.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노후소득보장개선 분과위원이었던 김연명(사회복지학) 중앙대 교수는 회의 도중 “외국에서 연금 개혁을 하면 그 자료분량만 한 트럭인데 우리는 회의 자료가 고작 손가락 길이 정도다. 우리 사회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든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협상 과정에 참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시할 때만 마지못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협상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당이나 공무원단체를 설득하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무원단체마저 “정부는 별로 타결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정부 제시안을 받을 테면 받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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