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경제학자 사에드 라일라즈“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돼 제재가 해제된다는 것은 이란을 막고 있는 거대한 벽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란을 앞으로 미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23일 테헤란 시내 자택에서 만난 이란의 진보 경제학자 겸 정치평론가 사에드 라일라즈(49·사진)는 국제사회와의 핵협상 기로에 놓인 이란의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라일라즈는 보수적인 이란 사회에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그는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직에서 물러나 현재 샤히드 베헤시티대에서 경제와 역사를 강의하고 있다.

라일라즈는 먼저 이란과 미국이 13년여간 이어진 핵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데 대해 “이란이 협상에 나서게 된 건 그만큼 경제가 유지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는 의미”라며 “이란과 미국 양측의 필요가 확실한 만큼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가을부터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올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 내년 5∼6%에 달할 것”이라며 “2016년 무렵에는 2011년의 GDP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라일라즈는 인터뷰에서 “이란은 이미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 왔고 인플레이션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된 2010년 전부터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경제의 진짜 문제는 정부의 경영 실패”라면서 “제재가 풀리고 나서 규모가 커질 이란 경제를 정부가 어떻게 관리·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경제의 3대 문제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둔화, 그리고 정부의 부패를 꼽은 뒤 하산 로하니 정부 들어 이러한 점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라일라즈는 먼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이란 내부의 법적·행정적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이란 법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란에서 벌어들인 돈을 시장환율과 정부환율 중 어디에 맞춰 환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조차 없다며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이 독립성을 보장받도록 하는 등 정치적·사회적 측면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관련기사

인지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