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치러진 일본 2차 동시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당선자 중에 한 명은 도쿄(東京) 시부야(澁谷)구 구청장으로 당선된 하세베 겐(長谷部健) 후보였다. 지난 3월 31일 시부야구 의회는 동성 커플 간의 혼인증명서에 해당하는 ‘파트너 관계 증명서’ 발급 조례를 가결했다. 조례가 가결되기는 했지만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이 증명서가 발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조례대로 증명서 발급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하세베 후보가 자민당과 민주당 등 기성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을 누르고 구청장에 당선된 것이다.
하세베 후보의 당선을 예견, 자축하기라도 한 듯 선거가 치러지던 날 도쿄 도심의 요요기(代代木)공원에서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3000여 명의 군중이 모여 성 소수자 등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거리를 행진했으며 행사 기간이던 4월 25∼26일에는 약 6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이 행사를 참관하기도 했다. 행사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어 사회의 변화상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현장에서도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펼치며 이 같은 변화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사가(佐賀)현 사가시에서는 지난 1월 성 소수자 본인과 그 가족들이 강연을 열고 지역 교직원 110여 명에게 성적 위화감에 대한 설명도 없이 삶의 고통을 안고 살아온 자신들의 과거를 소개하며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이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문부과학성은 지난 4월 30일 성 소수자 학생에 대해 배려할 수 있도록 하라는 통지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교사들부터 나서 성 소수자 학생을 이해해주고 주변으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인권교육을 진행하라는 지침이었다. 일본 보수 정부가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며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끊임없이 마찰과 잡음을 일으키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배려는 주변국보다 한발 앞서 있음을 증명하는 사회상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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