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용품부터 자동차, 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리콜이 해마다 급증,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유해물질 기준치가 크게 웃돌아 소비자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 드러나 리콜 명령이 내려진 어린이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 사진 (사진은 현재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소비자원 지난해 293건… 매년 늘어 정부의 리콜 명령도 13.3%나 증가 중국산 문구·완구 등 재유통 금지도 기업 품질 담보 능동적 대처 아쉬워
#1.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29일 어린이용 제품 404개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유아복, 아동복, 어린이 머리장식품, 유아용 침대, 어린이용 소변기·욕조, 유모차, 비비탄총 등 28개 제품에서 위해성이 드러나 개선 조치를 내렸다. 특히 유아복은 1개 제품 지퍼 손잡이에서 인체의 신장과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는 납이 허용치를 5.5배나 초과해 검출됐다. 또 다른 1개 제품은 의류 안감의 수소이온농도(pH)가 기준치를 웃돌아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아동복 13개 제품은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2. 소비자 A 씨는 R 사가 판매하는 세라믹 냄비(주물 냄비)를 쓰던 중 손잡이를 잡았다가 화상을 입었다며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신고했다. 세라믹 냄비는 손잡이와 몸통이 같은 소재로 제작된 일체형 냄비로 두꺼워 한번 가열되면 쉽게 식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그러나 이 제품의 외부나 포장 겉면에는 ‘화상 주의’ 표기가 없었다. 또 실리콘 손잡이를 제공하거나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안내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최근 가정에는 맨손으로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냄비도 많아 세라믹 냄비의 특성을 모르는 이들은 다치기 쉬운 상황이었다. R 사는 소비자원의 자발적 시정 권고 조치를 받아들여 화상 주의 문구를 붙이고 이미 산 소비자들에게 실리콘 안전 손잡이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산 각종 소비재 제품들이 부상·오염·감염 등 안전을 위협할 중대 결함을 안고 있거나 품질·시설·표시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항목이 많아 리콜(recall·결함사전점검서비스제) 조치되는 사례가 늘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리콜 제품은 제품을 믿고 산 소비자를 우롱하고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제품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기업의 존립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제작 관행과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7일 한국소비자원과 리콜 관련 주무부처 등에 따르면, 소비자기본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른 리콜 건수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원의 리콜만 해도 지난 2012년 182건에서 2013년 258건, 지난해에는 293건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의 경우 결함제품 리콜 권고가 56건을 차지했다.
리콜은 각종 소비재의 품질에 결함 또는 위해요소가 발생하거나 잠재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자발적 또는 정부의 강제명령에 따라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회수하거나 교환, 환급, 수리 등을 해주는 예방조치 행위다.
소비자원 외에 국토교통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 전체 부처의 리콜 건수도 2013년의 경우 973건으로 2012년 대비 13.3%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리콜은 주로 자동차, 식료품, 의약품, 공산품, 전기용품, 축산물 등에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와 각 부처의 적극적 법 집행, 기업들의 자발적 리콜 증가로 늘어난 것이나 안전의식이 모자란 결함 제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차량 리콜의 경우 지난해 1∼7월에만 국산차 및 수입차 업체들의 리콜이 116개 차종, 39만3811대로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전자 제어장치의 장착으로 설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데다, 신차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점, 완성차 업체들의 아웃소싱 확대에 따른 품질관리 미흡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리콜한 한국닛산의 ‘로그’ 모델은 운전석 바닥 부분의 커넥터 이상으로 도어록 작동 불량과 전동식 운전석, 조수석 시트가 작동하지 않는 제작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외에도 리콜은 국내외 물품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산 모 문구·완구용품은 국내에 714개가량이 팔렸으나 커버 파손 및 질식·부상위험으로 재유통·판매·양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역시 중국에서 제조한 모 유모차는 아동이 접근할 수 있는 부위의 움직이는 부품 사이 뾰족하게 조이는 곳이 있는데 어린이 손가락이 끼일 가능성이 있는데도 주의 문구 및 사용자 매뉴얼이 없어 제품 회수 및 이미 사용한 이들을 대상으로 리콜 조치됐다. N 사의 창문 블라인드는 손잡이 및 고정장치 나사 누락으로 유아 및 아동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식품 역시 미국산 먹는 커민 가루의 경우 라벨에 없는 땅콩 성분을 포함해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민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는 생명 위협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제품 반환 및 환급조치가 내려졌다. R 식혜는 세균 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판매중지 및 반품 조치가 내려졌다.
정진향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팀장은 이에 대해 “제품 설계를 완벽하게 해도 실제 소비 단계에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변수가 발생하면서 리콜이 빈번해지고, 상담사례가 많은 점을 볼 때 리콜 그 자체로는 바람직스럽다”며 “아쉬운 것은 기업들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리콜조치를 알리고 안전 및 품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다 능동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