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7개월이 지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통법이 소비자는 물론 휴대전화 제조사, 이동통신사까지 모두를 ‘루저(패자·loser)’로 만드는 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통 3사의 전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878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5020억 원)보다 74.9% 증가했다. 특히 KT(135.3%)에 이어 SK텔레콤(59.5%), LG유플러스(36.7%)는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통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가장 큰 이유로는 마케팅비 감소가 꼽힌다. 마케팅비는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구매할 때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주를 이룬다. 이통사 간의 경쟁 심화로 마케팅비 지출이 높아질수록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은 높아지지만 올해 1분기는 그렇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해 1분기 이통사들은 이른바 ‘1·23대란’ ‘2·11대란’ 등을 주도하며 과다 지원금 지급 경쟁에 나선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과다 지원금 지급을 문제 삼아 이통 3사에 45일간의 영업정지 제재를 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단통법으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원천 봉쇄됐고, 이통사들은 그 덕에 실적 개선을 이뤄낸 셈이다.
즉, 단통법이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에게 갈 지원금을 이통사 영업이익으로 남게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통사들도 마냥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4월 24일부터 단통법에서 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요금할인의 비율을 12%에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대부분의 경우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보다 더 큰 비용을 요금할인에 투입해야 한다.
당장 2분기부터 이통사들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통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사 역시 속이 탄다. 소비자들이 이통사의 마케팅비 경쟁 재개를 기다리면서 단말기 구매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기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 제조사, 이통사 모두 웃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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