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제19대 국회의 일탈이 가위 ‘정치적 괴물’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해머와 전기톱, 최루탄 테러까지 난무했던 제18대의 ‘동물 국회’ 양상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18대 마지막 본회에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으나 예상대로 아무 안건도 처리 못 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여야는 ‘무조건 합의’라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고, 6일 국회에서 벌어진 해괴한 일은 그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우선, 민생(民生)과 국익(國益)을 도외시했다. 6일은 ‘국정 골든타임의 골든타임’이라는 4월국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럼에도 연말 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살리기 법안 등 1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청년실업 대책과 국제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시급한 안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둘째, 이해 당사자가 야당을 흔들고, 소수 야당이 다수 여당을 옥죄는 ‘왜그더도그(wag the dog) 시스템’이 고착화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특위만 봐도 알 수 있다. 공무원 단체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사실상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대타협’은 미명일 뿐 야합(野合)으로 전락시켰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국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

셋째,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과 책임 정치가 무력화되고, 선거 민의(民意)도 묵살당하고 있다.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5분의 3’ 룰로 바꿔 버렸다. 2012년 총선에서 국민은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주었고, 최근 4·29 재·보선에서는 야당이 전패(全敗)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여당은 다수 정당의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거쳐 괴물국회로까지 악성 진화해선 안 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을 속히 진행해 변칙(變則)을 바로잡고, 여당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적극적 정치력을 발휘하며, 야당은 민의를 존중해 다수결에 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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