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 서강대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미래부가 필요한가? 교육부가 필요한가?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종착점은 아마 두 부서를 없애는 것으로 결론 나지 않을까. 최근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유망 미래기술 120개 가운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부, 인재육성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그 일차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상징적 언어는 그 자체로 상당한 프로파간다 역할을 한다. 근대화·산업화·민주화의 기호들이 국가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처럼. 그렇다면, 현 박 정권의 정치적 핵심 기호인 ‘창조경제’와 ‘미래부’가 그런 상징적 기능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지금 얼마나 강렬하게 미래기술과 창조경제의 주문(呪文)에 걸리고 있는가? 아주 단순하게, ‘장기전략’ 중심의 그런 상징들에 대해 거꾸로 매우 ‘단말마적인’ 비즈니스를 주문(注文)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 아닌가? 처음부터 정치적 상징어 실패에서 두뇌 없는 정부의 끝막을 보는 듯했다.

미래기술을 선도하느냐 또는 추격하느냐는 서로 전혀 다른 길임에 주목해야 한다. 전자는 ‘달리하기(difference-making)’이고, 후자는 ‘같이하기(similarity-making)’이다. 달리하기는 끝없이 옆길을 만들고 새는 것이며, 같이하기는 이미 난 앞길만 보고 내닫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유망 미래기술이 없다는 평가 결과는 곧 ‘달리하기’의 노하우가 매우 취약함을 나타낸다. 그 결과는 또 허망한 ‘창조’경제로 이어질 것이다.

달리하기, 곧 창조를 위한 첫 도전은 문제나 불편함 찾기다. 불편함을 절감해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땀 흘리기에 나설 각오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적 교육과 훈련은 불편함 찾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는 창의적 해결 방안은 필연코 ‘상상하기’에서 얻어지는 결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재육성 정책은 달리하기보다는 같이하기의 줄 세우기에, 가능성을 디자인하는 상상하기보다는 지난 유산(遺産)의 기억하기에 집중하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비행기마저 멈추게 하는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다. 기억하기의 정점인 각종 수능고사,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을 통해 ‘관리직’이 득세하는 세상을 만들었고, 그들은 상상하기의 절정인 발명가·창업자·기업가의 ‘생산직’을 고사(枯死)시키는 규제들을 남발하고 ‘갑질’한다.

쉼 없이 옆길을 개척하는 달리하기는 연구·개발(R&D)보다 ‘개발·연구(D&R)’를 통해 더 잘 구현될 수 있다. 먼저 상상하기를 통해 가능성을 만들어놓고(D), 그것을 테스트하는 게(R) 문제 해결에는 훨씬 더 창조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런 개발·연구 과정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예술과 인문학의 상상하기도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다학제적(多學際的), 곧 여러 학문 간의 융합이 언어적 유희를 넘어 진정으로 만발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중시해온 R&D 순서를 과감하게 거꾸로 선회시키는 교육과 훈련이 절실하다.

미래기술, 달리하기, 상상하기, ‘D&R’, 다학제적 융합이 똑같은 차원의 연결고리들이라면 처음 질문이 되살아난다. 현 미래부와 교육부가 여전히 필요한가? 대한민국 미래기술의 미래를 밝히는 데 말이다. 두뇌 없는 정부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안 되려면 그들부터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과 혁신(革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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