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식탁 /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여전히 주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것도 있지만, 싱글 남녀를 위해 간단한 요리법을 설파하거나 미식가들을 위해 전문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음식이 오늘날 개인의 고유한 취향은 물론 최신 소비문화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기호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만으로 24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음식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음식을 모른다. 왜냐하면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들이 식탁과 이를 둘러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빠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출신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먹는다는 것과 관련된 사회·정치·철학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할 품성과 윤리”에 대해 살핀다. 예컨대, 표준적이고 정형화된 레시피에만 의존해 식문화가 단조로워지는 경향에 대해 ‘판단력’이라는 덕목을 제시하고, 요리는 물론 삶에 있어서도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설명한다.

“레시피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음식에 대한 감을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마늘은 얼마나 많이 넣어야 할까? 마늘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갈린다. 볶음에 가장 좋은 재료는 무엇이며, 양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 역시 좋아하는 정도나 가지고 있는 재료의 상황에 따라 갈린다. 하늘이 정해 준 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131쪽)

또, 책은 음식과 관련된 윤리·철학적 내용도 다루는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논의를 위해 유명 요리사, 환경·유기농·공정 무역 등의 단체, 음식 산업 종사자 등도 심도 있게 인터뷰한다. 이는 저자가 책을 통해 새로운 식생활뿐 아니라 실천·윤리·실용적 레시피의 설파를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담론은 때로 도발적이다.

그동안 교조적으로 받아들이던 지역 생산 식재료, 식량 자급자족, 채식주의 등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를 치밀한 논리로 반박하기 때문이다. “다른 동기를 바탕으로 윤리적인 채식가가 될 수도 있지만, 복지가 문제라면 일관성과 근거를 감안할 때 채식가는 선택의 양 갈래 길에 놓인다. 완전 채식가 또는 사려 깊고 연민 어린 육식가가 되어야 한다.(중략) 완전 채식가가 될 이유가 없으며, 유일한 윤리적 선택은 의식 있는 잡식 동물이 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92쪽)

먹는다는 것을 고민하는 건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음식을 먹고 만드는 콘텐츠가 난무하는 요즘, 그저 구경꾼에 머물러서는 안 될 터. 시간에 쫓겨 끼니를 때우거나 가장 손쉽고 싸게 먹히는 식재료만 냉장고에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먹는다는 것에 결부된 즐거움과 책임감을 깨닫지 못한 채 유행에 휩쓸리는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만 마음을 쓰면 우리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삶은 짧으며, 우리 모두는 언젠가 흙으로 돌아간다. 삶이 내미는 진짜 쾌락의 순간을 음미하는 건 우주가 무턱대고 자신도 모르게 내민 선물을 기품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347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